[문학예술]번뇌 떨치고 다가온 깨달음… ‘그래,떠나보거라’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코멘트
◇ 그래, 떠나보거라/혜안 글 그림/184쪽·9000원·열린박물관

목판에 글씨와 그림을 새겨 넣는 서각은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나무가 정해지면 적당한 크기로 베어 판목을 만들어 말려야 한다. 나무를 거꾸로 세워 수분을 빼고 비를 적당히 맞혀 수액까지 모두 빼거나 민물 웅덩이에 오래 담가 결을 삭혀야 한다. 밀폐된 곳에 넣고 쪄서 살충을 하고 진을 뺀다. 판목이 충분히 마르면 판면을 곱게 대패질한다. 오랜 기다림과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나무는 갈라지고 뒤틀려서 못쓰게 된다.

저자는 나무를 사람에 비유해 서각을 설명한다. 서각에서 솜씨나 재주보다 정성이 중요하듯 정성만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움직일 수 있다.

한국불교서각회를 창립한 혜안 스님이 마음 다스리기에 대한 글을 쓰고 그림을 실었다. 그는 “중은 모름지기 세 가지 기본적인 일(염불, 참선, 법문)뿐 아니라 생산적인 일 한 가지씩은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듣고 서각을 시작했다고 한다. 글마다 법문을 덧붙였고 담백한 수묵으로 찍어낸 선(禪) 판화가 아름답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