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앞으로 혼자 살거나 자녀가 없는 집은 물론, 맞벌이하는 가정도 세금을 많게는 70만원까지 더 내게 됐습니다.
세금은 국민들한테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일러주는 인센티브의 역할도 하고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방침은 “세금 더 내기 싫으면 맞벌이 주부들은 직장 그만 두고 집에 가서 아이 더 낳아라”라고 떠미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출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왜 심각해졌는지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젊은 주부들이 아이를 안 낳거나, 낳더라도 하나만 갖는 이유는 사실 돈 문제가 큽니다. 특히 사교육비 부담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맞벌이를 하는 이유도 좀 더 벌어서, 내 자식한테는 좀더 잘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런 맞벌이 가정에 벌을 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안 해도 될 일을 가리지 못하고, 무조건 일을 벌이는데 있습니다. 국방과 치안, 확고한 사법제도, 그리고 기업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학교교육이 충실히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문제까지 해결하겠다고 일을 벌이니 공무원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공무원들 월급은 물론, 은퇴한 뒤의 연금까지도 국민이 내는 세금에서 나갑니다. 그러니 돈이 부족해지고 정부는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누가 어느 정도의 돈을 버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금 제대로 내는 국민은 절반 정도인데, 대부분 월급명세가 빤히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입니다. 정부가 이런 월급쟁이들을 더 쥐어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직장 그만두고 아이나 많이 낳으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게 훨씬 나을 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씀씀이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 해도 될 일까지 문어발처럼 손을 대면서, 국민들한테 세금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작은 정부’그러면서도 유능한 정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쥐어짜기 세금정책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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