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기관윤리위원장이 밝힌 ‘난자 기증’ 전말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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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의 ‘난자 의혹’을 조사해 온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 이영순(李榮純) 위원장에 따르면 황 교수가 연구원의 난자 기증을 직접 확인한 것은 2004년 5월이며, 이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은 줄기세포 연구 초기 시점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난자를 기증한 여성은 현재 모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K 씨와 미국 유학 중인 P 연구원.

이 위원장은 “K 씨에게는 이런 사실을 전화통화로 확인하고 진술서를 받았으며, P 씨는 난자 기증 사실을 시인했으나 전화통화 후 연락이 두절돼 진술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IRB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여성 연구원은 2003년 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난자가 부족한 것을 알고 난자기증 의사를 황 교수에게 전했다고 한다.

당시 황 교수는 “너희가 그래서는 안 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자”며 만류했지만 두 연구원은 난자 기증을 ‘좋은 일’로 생각해 황 교수에게 알리지 않은 채 미즈메디병원에 가서 난자를 채취했다는 것.

이들은 난자 채취 과정에서 가명을 사용했다.

이 위원장은 “황 교수가 ‘당시 두 연구원이 혹시 난자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어렴풋이 생각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황 교수는 만류했으므로 이들이 진짜 난자를 채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가 지난해 5월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 위원장은 “여성 연구원들은 ‘네이처’ 기자와 인터뷰할 때만 해도 난자 기증이 ‘미담(美談)’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일자 깜짝 놀라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네이처’ 보도를 접한 후 지난해 5월 말 연구원들에게 난자 기증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두 연구원은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가 있는 어머니인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하다고 황 교수에게 말했다”면서 “이들은 ‘난자 기증 사실을 없던 것으로 해 달라’고 황 교수에게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원들은 “가명으로 기증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황 교수에게 비밀유지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황 교수는 국제적으로 거짓말을 한 꼴이 돼 갈등했다”며 “하지만 두 연구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난자 기증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 차원에서 지금까지 이 사실을 부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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