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패 공무원 뒤엔 첩 있다”… 富-신분 상징으로 둔갑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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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흥과 함께 중국에 ‘첩(妾)’이 다시 등장했다.

LA타임스는 정부(情婦)를 두는 것이 이제 중국에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고 22일 보도했다.

50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산둥(山東) 성 지닝(濟寧) 시 리신(李信·51) 부시장은 지닝, 상하이(上海) 등에 적어도 4명의 정부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례는 약과였다. 허난(河南) 성 검찰총장은 200만 달러를 횡령해 첩 7명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 부시장 건을 파헤친 반부패 운동가 리신더 씨는 “부패 공무원 뒤에는 반드시 첩이 있다고 누구나 생각한다”고 지적했으며, 전 상하이대 사회학과 교수인 류다린 씨는 “노동, 기술, 사랑, 외모, 권력 등 이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한 다음 ‘부르주아적 해악’이라며 일부다처제를 뿌리 뽑았으나 요즘 중국에서는 당 간부나 관료, 사업가들이 과거 부와 신분의 상징이었던 첩을 ‘필수 항목’으로 되살렸다. 특히 둥관(東莞), 청두(成都), 상하이 등 신흥 도시에는 ‘둘째 부인’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첩 마을’까지 생겨나고 있다.

축첩(蓄妾) 문화가 기승을 부리면서 남편의 정부를 캐내기 위한 사설탐정업체들도 급증하고 있다. 청두의 사설탐정업체인 ‘더방’은 다른 도시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직원도 100명이 넘는다.

이혼이 늘고 재산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60만 쌍이 헤어졌는데 2003년에 비해 21%나 늘어난 수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방 정부들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난징(南京) 시는 모든 공무원에게 혼외관계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이난(海南) 성은 정부나 혼외 자녀를 둘 경우 공산당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또 광저우(廣州)의 한 대학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유부남과 관계를 가져 가정을 깨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것을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상하이의 사설탐정인 웨이우쥔 씨는 “요즘처럼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마당에 정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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