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대연정 출범…재정적자-실업 ‘독일病’ 고칠까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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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원은 22일 투표를 실시해 찬성 397표 대 반대 202표로 앙겔라 메르켈(51) 기독민주연합(CDU) 당수를 제8대 총리로 선출했다.

이로써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이 손을 잡은 독일의 좌우 대연정이 공식 출범했다. 23일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치권을 떠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가장 먼저 메르켈 총리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또한 서독 출신 가톨릭계 남성이 대부분인 독일 정치권에서 개신교도이자 동독 출신으로 총리직에 올랐다는 점도 남달리 평가받는 부분이다. 이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총리가 됐지만 그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독일과 미국의 관계 개선부터 관심거리다. 외무장관에 기용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전 슈뢰더 총리 비서실장은 ‘미국에 맞서는 유럽의 독자 외교’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가 추진하려는 대미 관계 개선이 얼마나 실현될지 미지수다.

또 메르켈 총리는 총선 기간 사회복지 축소와 친기업적 정책 도입을 통해 재정 적자와 실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파트너인 사민당의 반대에 부닥쳐 자신의 구상을 상당 부분 접어야만 했다. 연정의 한계를 이미 경험한 셈이다.

사민당에 재무, 노동 등 주요 장관직을 양보한 탓에 앞으로도 메르켈 총리의 개혁 정책은 먼저 내부의 반발에 부닥칠 우려가 높다. 사민당의 프란츠 뮌테페링 부총리는 “사민당과 협의하지 않고 중요 결정을 내린다면 연정이 깨질 수 있다”며 벌써부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선이 다른 연정 파트너를 이끌기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메르켈 총리가 고질적인 독일병을 치유하고 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어떻게 ‘좌우 날개’를 움직여 ‘독일호’를 이끌고 나갈지 주목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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