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 입김이 투자 발목잡아”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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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분이 60%가 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A 씨는 최근 외국계 투자펀드와 면담을 했다.

투자펀드 측은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 후 소각(消却·주식을 없애는 것)’ 규모를 더 늘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매년 순이익의 40% 이상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써 왔다”면서 “내년에 공장설비 자동화를 비롯한 설비투자를 감안할 때 더는 곤란하다”고 맞섰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평균 40%를 넘어서면서 현금배당액과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을 통해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외환위기 후 가속화된 ‘미국식 주주 중시 경영’이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풍조가 지나치면 미래 설비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2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주식 수×주가) 상위 20개 기업의 현금배당액은 2002년 3조8001억 원에서 2004년 7조2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도 같은 기간 2조4021억 원에서 3조1001억 원으로 29.1% 증가했다.

B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분이 높은 외국인 주주를 달래기 위해서는 높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노력이 절정을 이뤘던 2003년에는 국내 전체 상장기업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 합계가 17조 원으로 설비투자액(21조2000억 원)의 80%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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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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