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증언]北 탈북자 납치조 “한국行 돕겠다” 속여 北送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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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군포로 출신을 비롯한 탈북자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하고 공개 처형을 자행하고 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 5월 입국한 탈북자 김수철(가명·43) 씨는 22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격적인 탈북자 수감 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김 씨는 2003년 4월까지 3년 2개월간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수감됐었다.

김 씨에 따르면 함경북도 보위부 소속 박금출 씨 등 7명은 1999년 9월 말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최상수(72) 씨와 그의 아들 성일(43) 씨를 중국에서 납치해 북송했다. 최 씨 부자는 함북 회령의 종신수용소에 수감됐다. 이들 납치조는 국군포로의 아들인 박정호 씨, 국군포로의 딸인 김금선 씨와 남편 이경무 씨도 중국에서 납치해 같은 수용소에 수감했다.

김수철 씨는 기자회견에서 “보위부 소속 납치조들은 중국의 탈북자들에게 ‘한국행을 주선해 주겠다’고 접근해 납치하는 방식을 썼다”고 밝혔다.

또 노광철(32) 씨는 2000년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에 진입했으나 대사관 마당에서 중국 공안(경찰)에 붙잡혀 북송돼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중국을 거쳐 미얀마까지 걸어갔던 안성철(22·학생) 씨도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이라고 김수철 씨는 밝혔다.

탈북해 중국에서 기독교를 믿었던 안권순(29) 씨는 2000년 4월 요덕수용소로 붙들려 가 고문을 받은 끝에 숨졌다. 안 씨가 숨지기 전 심하게 앓자 보위부원들은 “그렇게 전능한 하나님 보고 고쳐 달라고 하라”며 치료해 주지 않았다.

김수철 씨는 “내가 직접 안 씨의 시신을 꺾어서 마대에 넣어 아무도 몰래 처리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에 따르면 요덕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김호석 최광석 씨는 경비대에 붙잡혀 공개 처형을 당했다. 김 씨가 수감됐던 요덕수용소 내 서림천 지역 수감자 220여 명 중 180여 명이 탈북자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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