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부산시는 아비규환이었다"

  • 입력 2005년 11월 17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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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은 인파로 아수라장이었고, 수용 한계를 무시한 채 운행되던 전동차는 결국 멈췄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숨쉬기도 힘든 전동차 안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신석산)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불꽃축제는 아름다웠지만 저는 집에 갈 차가 없어 인근 고교에 있었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길바닥에서 추위에 떨었습니다. 정말 대책 없는 행사를 벌이셨군요.” (하창규)

17일 부산시청 홈페이지는 전날 밤 불꽃축제로 빚어진 교통대란을 성토하는 시민들의 글로 도배됐다.

부산시는 16일 저녁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기념해 모두 15억원을 들여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불꽃축제를 개최했다. 그러나 축제가 열린 광안리해수욕장에 약 10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자 지하철은 전동차를 세우지 않고 역을 통과하는 등 파행운행을 했고, 가까스로 전동차를 탄 승객들도 수많은 사람들에 치여 비명을 쏟아냈다.

행사장에는 동시에 100여명의 미아가 발생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나고 가까스로 집으로 귀가한 시민들은 “사상 최대의 불꽃축제가 아니라, 부산 최고의 망신이었다”며 부산시청의 졸속행정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조정숙 씨는 “불꽃놀이는 눈부셨지만, 부산은 엉망진창이었다”며 “각국 정상들이 이런 광경을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시가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이 정도의 준비밖에 안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나찬주 씨도 “시민들의 귀가 길과 교통소통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졸속 행사”라며 “불꽃놀이를 구경 온 시민들이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됐었다. 지하철 선로에 사람이 떨어질까 무서웠고 전동차 정전으로 테러가 발생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미선 씨는 “상주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APEC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유미 씨는 “APEC에 참여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안전이 중요한 만큼 시민들의 안전도 중요하다”며 “시민들은 집에도 못가고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대형차들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는 부산시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부산 APEC 반대운동을 벌이겠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매끄럽지 못한 행정에 대한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 시민들에게 공개 사죄해야 한다” (정재환) “국제 행사를 개최하면서 부산시의 허술한 준비에 화가 났다. 이 순간부터 부산 APEC 반대운동을 지지할 생각이다” (박상일)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행사에 50만 명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100만 명이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하철 운행시간 연장을 비롯해 전 공무원이 차출돼 교통통제에 나섰지만 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혹시 안전사고라도 날까봐 겁이 났다. 부산 시민들의 성숙한 질서의식으로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잘 마쳐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단군이래 최대…APEC 성공기원 불꽃쇼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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