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 100년…독점 흔들리나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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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노무공급의 독점권을 쥐고 있는 항운노조와 노무인력 상용화(하역사별 상시 고용)를 추진하는 정부 및 해운업계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인력 상용화를 골자로 한 ‘개혁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노조가 ‘졸속 입법’이라며 반발해 연내 처리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노조 측은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항만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6명이 할 일을 16명이 한다”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위 항만인 홍콩 항의 작업반(gang)당 근로자는 6명. 크레인 한 대에 붙는 인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통 16명 정도가 한 조를 이뤄 작업을 한다. 홍콩 항에서 6명이면 하는 일을 한국에서는 16명이 처리하는 셈이다.

정부와 해운업계는 이처럼 낮은 노동생산성이 항만 개혁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항운노조가 노무공급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어 하역회사가 작업 규모에 맞게 적절한 인력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것.

무역협회는 “100년 동안 관행처럼 정착되어온 현행 체제에서는 하역작업을 할 때 실제 필요한 인력보다 과다한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며 “하역 현장의 저효율·고비용 구조를 고착시켜 항만 물류비 부담만 준다”고 주장했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시간당 46개로 홍콩(115개), 선전(深(수,천)·113개), 상하이(上海·78개) 등 경쟁 항만에 비해 훨씬 낮다.

항운노조의 연례적인 노무비 인상으로 하역요금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연평균 5%씩 오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외국의 주요 항만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상용화 도입 등 항만 노무 개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만 인력이 50% 줄었고 항만 생산성은 최고 100%까지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 그러나 반발하는 항운노조

각 항만에는 이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달 초부터 전국 항만 곳곳에는 ‘일방적 상용화 반대’ 등 노조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걸렸다. ‘투쟁 조끼’를 입고 작업하는 근로자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항운노조의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노조는 다음 주 중 약 6000명을 동원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항운노조의 한 관계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3월 노조 간부의 공금 횡령과 채용비리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터라 반발 수위를 조절하는 중이다.

노조 측 주장의 핵심은 아직 상용화로 전환할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

최두영 인천항운노조 쟁의부장은 “현행 임금수준과 정년 보장, 정규직 채용 등 정부가 내세우는 보장책에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 관료들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졸속으로 만든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제3의 비영리 법인으로 항만근로자공급센터를 설치해 노무 공급을 대행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는 정부 입법안과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의 ‘항만산업 노무공급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이 문제와 관련한 4개의 법안이 상정돼 있지만 본회의 상정조차 미지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상대로 꾸준히 정부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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