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인 A(31) 씨와 B(31·여) 씨는 1991년 성당에서 만난 뒤 1997년부터 교제를 하며 대학입시를 함께 준비했다.
1998년 대학입시에서 B 씨는 C 전문대 미용학과에 합격했지만 A 씨는 떨어졌다. 2000년까지 대입 시험에 연속해 떨어진 A 씨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렸고 결국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A 씨는 2000년 말 대입 시험이 끝난 뒤 B 씨와 B 씨 가족 앞에서 의학전문 용어를 써가며 “모 대학 의예과에 합격했다”며 거짓말을 했다.
양가의 축복 속에 그들은 2002년 6월 결혼했다. B씨는 결혼 뒤 조금만 고생하면 궁핍한 생활이 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학비를 조달하며 고생을 감내했다.
하지만 A 씨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5월 친구에게 학비를 빌리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B 씨는 남편이 다닌다는 의대에 학적을 문의했고 결국 ‘남편이 가짜 의대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천지법 가사 3단독 최기상(崔基相) 판사는 14일 B 씨가 “가짜 의대생 행세를 해온 남편과의 혼인을 취소해 달라”며 A 씨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여 혼인을 취소했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피고가 의대생이 아니며 또 그 사실을 속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의 거짓말로 착오에 빠진 원고가 혼인을 수용해 이뤄진 혼인인 만큼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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