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들 “北동포 인권 비겁하게 외면말라” 비판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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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짓밟힌 북한 동포의 인권을 외면하지 말라.”

사상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이 17∼23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지만 한국 정부는 기권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올 4월 유엔 인권위에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도 정부는 기권하거나 불참했다. 하지만 ‘사선(死線)’을 넘어 귀환한 납북 국군포로들은 “기권은 비겁한 행동”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1994년 귀환한 조창호(趙昌浩·74) 씨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민족의 문제를 애써 피하려고 하는 정부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 씨는 북한에서 13년 동안 탄광에서 일했으며, 규폐증(硅肺症)에 걸린 뒤 자식들이 몰래 일군 화전(火田)으로 연명했다.

그는 “인권 유린은 북한을 둘러싼 여러 문제 중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당당히 북한 측에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탈북한 이모(77) 씨는 “정부가 기권하는 것은 북한 동포들에게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의 99%가 채굴작업으로 폐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국가 정체성 논란을 일으킨 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의 발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

2000년 탈북한 유모(78) 씨는 “북한 사람들이야 한국 사정을 잘 모르니 북한 체제를 찬양할 수 있다지만 한국 지식인이 북한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53년 7월 국군포로로 북한에 끌려갔다 45년 만에 귀환한 장무환(張茂奐·79) 씨도 “강 씨가 북한에 들어가서 진짜 북한을 경험하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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