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뮤지컬 ‘피핀’…희로애락 춤으로 말한다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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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설앤컴퍼니
사진 제공 설앤컴퍼니
이번 주말 막이 오르는 뮤지컬 ‘피핀’은 이례적으로 앙상블(대사 없이 군무와 합창을 맡는 단역 배우들)을 뽑기 위한 오디션을 실시했다.

앙상블은 대개 주·조연급 오디션에서 떨어진 배우 중 ‘앙상블이라도’ 하겠다는 지망자에게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 앙상블만을 뽑기 위해 별도로 오디션을 실시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거의 없다. 과연 누가 앙상블 오디션을 볼까 싶지만 ‘피핀’ 앙상블 오디션에는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 앙상블’은 물론, 기존 뮤지컬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았던 조연급 배우까지 몰렸다. 이유는? “밥 포시의 작품이니까”.

‘밥 포시’의 이름을 안다면, 그리고 그의 뮤지컬 ‘피핀’을 안다면 당신은 뮤지컬에 꽤 관심 많은 사람이다.

‘시카고’ ‘카바레’ 등의 작품을 남긴 포시는 고전적인 발레 안무 일색이던 브로드웨이를 자신만의 독특한 안무로 평정했던 1970, 80년대의 전설적인 안무가 겸 연출가.

앙상블조차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야 할 만큼 그의 춤은 아무나 출 수 없다. 일반적인 춤의 동작과 자세들을 조금씩 비틀어서 만들어낸 그의 춤은 관능적이면서도 도발적이고, 다소 기괴하면서도 때론 코믹하다.

포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뮤지컬 ‘피핀’은 이런 ‘춤 맛’과 그의 모던한 연출을 엿볼 수 있는 작품. ‘피핀’은 9세기 프랑크 왕국 찰스 대제 아들의 이름이다. 섹스, 마약, 혁명 등 삶의 다양한 쾌락과 열정에 탐닉해 보지만 곧 싫증을 느끼는 우유부단한 왕자 피핀이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진정한 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렸다.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며 당시 토니상의 안무상과 연출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연출가 한진섭 씨는 “줄거리만 놓고 보면 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지만 포시가 이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내 특유의 유머와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코믹한 작품”이라며 “기존 뮤지컬형식과 전혀 다른 반전을 담은 독특한 결론을 기대하라”고 귀띔했다.

주인공 ‘피핀’ 역에는 서재경과 최성원이 더블 캐스팅 됐고 작품을 이끌어가며 안내하는 해설자 역은 임춘길이 맡았다. 가수 윤복희도 특별 출연한다.

12일 프리뷰 공연으로 시작해 18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내년 1월 15일까지. 본 공연은 3만5000∼7만 원. 프리뷰 공연 기간에는 30% 할인. 관능적인 표현이 많아 뮤지컬로서는 드물게 16세 이상 관람 가. 화∼금 오후 8시, 토 4시 8시, 일 3시 7시. 충무아트홀 대극장. 02-501-78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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