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벽’에 막힌 의원 친선축구…양국 연례경기 취소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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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가 이달 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일 의원 친선축구대회 취소로 이어졌다.

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회의원 모임인 ‘축구외교 추진 의원연맹’은 지난달 19일 한국의 ‘국회의원 축구연맹’에 연례 친선축구대회를 이달 말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도쿄에서 열렸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의원은 참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출전 자격에 선을 긋자 일본 측이 “그렇다면 한국을 방문하지 않겠다”며 대회 개최 제안을 철회했다는 것.

이 제안이 있기 바로 전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참배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틀 전에 참배를 마쳤다.

한일 의원 친선축구대회는 1998년 월드컵 공동개최 성공을 위해 열린 이래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개최돼 왔다. 경기에는 양국 모두 여야 구분 없이 20∼50명의 의원이 참가했으며 역대 전적은 한국이 3승 2패 1무를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 취소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는 “스포츠 외교는 정치와 종교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인사를 야스쿠니신사 참배파와 비참배파로 나눠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축구대회의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일 한국대사관은 일본 측 ‘일한의원연맹’과 ‘참배모임’ 측에 지난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의원의 명단을 알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배 의원 명단은 일본의 언론매체에 공개된 각료급과 주요 인사를 제외하고는 공개된 적이 없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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