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부는 대륙풍…서울서 대규모 中미술전 잇따라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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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미술특별전’에 나올 중국 젊은 여성들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 인민복을 입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여성과 미니스커트에 담배를 피우며 위스키 병을 들고 있는 여성을 그린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에 걸쳐 있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다.
‘중국현대미술특별전’에 나올 중국 젊은 여성들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 인민복을 입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여성과 미니스커트에 담배를 피우며 위스키 병을 들고 있는 여성을 그린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에 걸쳐 있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다.
《중국 미술 붐이 불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 미술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중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중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베이징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랑이 국내자본으로 문을 연다.》

▽‘From China, To China’=12일∼12월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중국현대미술특별전-GROUNDING REALITY’.

중국미술연구소(대표 전윤수)와 갤러리 미(대표 이난영)가 마련한 이 전시회는 중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량급 전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일정과 맞물려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소, 설치, 사진 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 중국 작가 25명의 작품 120점이 선보인다.

대형 화폭에 담긴 서구적 스타일의 중국 여성 모습이나 중국 공산당 복장을 패션 아이템으로 삼은 젊은 여성의 모습, 모래시계처럼 만든 잊혀져 가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얼굴 등 급속히 자본주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큰 눈동자에 창백한 얼굴의 여성과 온천욕을 하는 여성들을 찍은 사진에선 욕망과 현실의 이중성이 느껴진다. 사진 제공 중국미술연구소

이원일 전시감독은 “세계 미술계에 급부상 중인 중국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해학과 유머, 대국적인 포용력 등 15억 인구가 뿜어내는 역동성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인 8000원, 중고교생 5000원, 초등학생 4000원. 02-542-3004

한편 서울 종로구 관수동 갤러리카페 포스에선 30일까지 현대 중국작가들의 사진작품을 소개하는 ‘미지의 영역’전이 열린다.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다양한 중국의 풍경, 사람들의 표정이 담긴 사진들을 볼 수 있다. 02-2268-1114

국내 미술계의 중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술계의 ‘큰손’(컬렉터)이며 최근 파격적인 젊은 작가 지원책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던 아라리오 갤러리 김창일 대표가 12월 10일 베이징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갤러리 ‘아라리오 베이징’을 연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한창 개발하고 있는 베이징 신흥 부촌 왕징에 문을 열 이 갤러리는 4500여 평의 땅에 건물만 무려 6개. 4개는 갤러리, 1개는 사무실, 1개는 수장고로 쓴다.

김 대표는 “중국은 역사와 전통, 폭발적 잠재력을 지녔으면서도 체계적인 미술문화 시스템의 부재, 서양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에 미술시장에서 뒤져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 미술시장의 중심이 영국, 독일에 이어 아시아, 특히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www.arariobeijing.com

▽중국 미술, 세계 미술시장의 주류로=지난달 24일 홍콩 퀸스웨이 소더비 경매장에서 중국현대미술 경매가 열렸다. 한 나라의 현대미술작품만 한데 모은 드문 경매 행사였다.

중국인들은 물론 홍콩 현지인들, 미국과 유럽에서 온 컬렉터 3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103점의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행사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대다수 작품이 예상가의 2배가 넘는 고가에 낙찰되었다. 특히 스타 3인방이라 불리는 장샤오강, 웨민쥔, 팡리쥔의 작품들은 예상가의 3∼4배에 낙찰됐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미술을 국내에 소개해온 아트사이드 갤러리 이동재 사장은 “최근 세계 미술시장이 이렇다 할 역동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미술에 대한 열기는 거품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뜨겁다”며 “놀랄 만한 경제발전 속도와 다이내믹한 사회 분위기에서 탄생된 독특한 미감, 15억 인구 중 선발된 작가라는 신비감과 여태까지 현대미술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컬렉터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고 경매 관람 소감을 전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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