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개조 안전대책 실효성 논란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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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발코니 개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책 발표를 너무 서두르다가 발코니 불법 개조를 양성화한다는 좋은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6일 발표한 아파트 화재 안전기준 방침에 대한 건설업계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미 발코니를 개조한 집이나 입주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아파트라면 사실상 정부 규정대로 안전 기준을 보완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고 비용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피공간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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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불법 확장자는 재시공 어려워

정부는 발코니를 이미 확장한 사람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이번에 제시한 안전기준에 맞게 보완하고 관리사무소장의 확인을 받은 뒤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양성화해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방이나 거실로 개조한 발코니 앞쪽에 설치된 난간에 높이 90cm의 방화판이나 방화유리를 설치하도록 한 조치.

전문가들은 방화판을 난간에 매달려면 난간을 뜯어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난간은 안전을 위해 아파트 벽체에 고정하거나 난간 위에 발코니 새시를 일체형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방화판을 설치하려면 발코니 새시와 난간을 뜯어내야 하는 ‘대형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건설업체 H사의 L 부장은 “정부가 난간 규격을 높이 1.2m에 난간 칸살 간격을 5cm로 낮춰 놓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발코니를 개조한 사람이 사용한 발코니 난간이 1.1m에 칸살 간격은 10cm로 제작된 상태여서 모두 뜯어내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 설치해야 한다는 것.

○ 대피공간의 실효성 논란도 있다

정부의 요구대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

정부는 방화판 설치 외에 대피공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앞뒤 발코니를 전부 방이나 거실로 확장해 사용하는 사람은 다시 1.5m²(0.45평)에서 2m²(0.6평)를 뜯어낸 뒤 대피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방화문을 설치하고 바닥에 불연재를 깔아야 한다.

이런 공사를 하려면 재료나 발코니 크기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 든다.

이미 발코니를 개조하고도 처벌받지 않고 지내 온 사람들이 굳이 합법행위로 인정받기 위해 돈을 들일 이유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대피공간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우선 수납공간이 부족해 발코니를 창고로 사용하는 현실에서 대피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이웃집과 공동 대피공간을 설치하면 양쪽 집 모두 자신 쪽에서만 열 수 있는 방화문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화재 시 옆집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연락을 취해야 한다.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공동공간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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