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이 오른발보다 길~다… 왼발이 평균 0.6mm 길어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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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주대에서 열린 ‘2005 대한인간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인의 발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60세 이상 노인 20,30대보다 10mm 짧아

“구두를 신었을 때 한쪽만 안 맞는다.”

최근 연세대 의류과학연구소 최선희 박사가 20대 203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참가자의 50%가량이 답한 내용이다. 양발의 길이가 다르다는 증거이다.

보통 짝을 이루는 오른발과 왼발의 길이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003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세진 박사가 600명의 한국인을 연구해 국제인간공학저널(IJIE)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왼발이 오른발보다 평균 0.6mm가량 더 길다. 심하면 10mm가 다른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박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발잡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오른발잡이는 왼발로 몸의 균형을 잡고 오른발로 공을 찬다. 이처럼 왼발이 주로 몸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오른발보다 길어졌다는 것.

발 길이는 나이와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60세 이상 노인의 발은 20, 30대보다 양쪽 다 10mm가량 짧다. 늙어서 체중이 빠짐에 따라 근육이 줄기 때문이다.

2004년 산업자원부 사이즈코리아 사업으로 부경대 경영학과 성덕현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18∼24세 남성의 발은 1980년에 비해 9mm, 여성은 5mm가 더 길어졌다. 식생활의 변화로 충분한 영양 섭취가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엄지발가락이 가장 길까

사람의 발은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의 길이를 비교해 3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보다 길면 이집트형, 반대면 그리스형, 둘의 길이가 같으면 스퀘어형이라고 부른다. 이집트형이나 그리스형은 그 나라의 옛날 벽화나 조각에서 많이 발견되는 고대인의 발 모양이다.

2000년 표준과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이집트형이 60%로 가장 많다. 그리스형은 7%, 스퀘어형은 33%이다.

동서대 신발지식공학과 박해수 교수는 “세계적으로 이집트형 발이 가장 많다”며 “이는 유전적 원인 때문이며 그만큼 엄지발가락이 신체에서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엄지발가락이 유난히 짧은 모턴 증후군 환자는 걷기가 힘들다. 중세 서양 감옥에서는 죄수를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엄지발가락을 자르기도 했다.

반면 엄지발가락의 근육을 잘 발달시키면 추진력이 강해진다. 이를 위해 신발 제조업체 ‘나이키’는 케냐 마라톤 선수들을 위해 엄지발가락 부분만 따로 분리되는 신발을 개발하기도 했다.

○ 하루에 1000t 견디는 발

캐나다의 생체역학자 스티븐 로빈스 씨는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신는 달리기선수들이 값싼 신발을 신는 선수들보다 부상을 더 많이 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좋은 신발을 신고 달릴 때 발바닥이 편안하면 발에 전달되는 힘이 실제보다 작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더 높이 뛰어올라 부상 위험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발에는 20종의 근육이 촘촘히 결합돼 있어 맨발로도 효과적으로 압력을 분산할 수 있다. 성인이 하루 동안 걸을 때 발바닥에 실리는 몸무게를 모두 합하면 무려 1000t에 이른다. 하지만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신발 없이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발 근육의 쿠션 장치 때문이다. 최근 나이키가 맨발을 흉내 낸 신발을 개발한 것도 그동안 쓰지 않던 발 근육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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