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형제들”…그룹계열사들 공사 밀어주기 옛말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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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그룹 계열 건설사 수주 담당자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한 공사를 별다른 경쟁이나 노력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낼 수 있었지만 최근 이런 관행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울산정유공장에 총사업비 1조 원 규모의 FCC(벙커C유 등 중질유를 정유하는 공정) 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이달 말경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계열 건설사인 SK건설과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 4개 사만 참가하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이지만 SK건설은 수주를 장담하지 못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000억 원 규모의 서울아산병원 증축 공사를 추진하면서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KCC건설 등 범(汎)현대 계열 3개 건설사 외에 대우 GS 쌍용 동부 등 4개 건설사를 포함해 7개 회사를 대상으로 21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올해 7월 여의도 63빌딩 리모델링 공사를 계열 건설사인 한화건설 대신 삼환기업에 맡겼다.

사업비가 1000억 원을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인 데다 63빌딩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최저가를 제시한 삼환기업이 선정됐다. 삼환은 1061억 원에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 영업본부 천길주 상무는 “기업 경영의 초점이 수익 극대화에 맞춰지면서 무조건 계열 건설사에 사업을 맡기기보다는 공사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경쟁 입찰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소 윤영선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대부분의 그룹 계열 건설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다른 계열사의 공사에 의존해 ‘온실 속의 화초’나 마찬가지였다”며 “최근의 변화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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