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 뉴올리언스 강타

  • 입력 2005년 8월 29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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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상관측 사상 4번째로 규모가 큰 허리케인이 미국 남부 해안도시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29일 오전 7시(한국시간 29일 오후8시) 시속 249km의 강풍, 강수량 450mm, 7~8m 높이의 파도를 동반한 채 루이지애나 주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카트리나는 27일 이후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등급 5'를 유지해 오다가 육지 상륙 4시간 전인 이날 오전 3시경 위력이 다소 줄어들면서 '등급 4'로 조정됐다.

48만5000명의 뉴올리언스 시민과 100만 명의 교외지역 거주자들은 강제 대피명령이 내려진 28일 내륙지역으로 긴급 대피했다. 대피 차량이 없는 저소득층 수만 명과 공항이 폐쇄되면서 발이 묶인 관광객 수 천 명은 도시 한복판의 실내 미식축구경기장인 슈퍼 돔 등 10개 대피소에 몸을 피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8일 카트리나의 상륙으로 대형피해가 예상되는 루이지애나 주와 미시시피 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레이 나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허리케인은 일생에 한번 보는 치명적인 규모"라며 "3~5일을 버틸 정도의 식량과 옷가지를 준비한 뒤 신속히 내륙지역으로 대피하라"고 호소했다. 시 당국은 29일 오전 "전체 주민의 80%가 대피를 마쳤다"고 밝혔다.

▽대피 상황=강제 대피명령에 따라 수 만대의 자동차가 뒤엉키면서 도시를 탈출한 자동차 행렬로 주변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도시 안에서는 경찰차량을 제외하면 이동하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AP 통신은 "대피차량이 180마일 북쪽에 있는 미시시피 주 잭슨까지 거북걸음을 했다"고 보도했다.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도심 경기장도 북새통을 이뤘다. CNN 방송은 "주 경찰이 대피주민들을 상대로 칼 마약 총기류 검색을 하느라 28일 밤 미식 축구장 밖에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폭우 속에서 몇 블록에 걸쳐 줄을 서면서 입장순서를 기다렸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축구장 안의 주민이나 주변 호텔에 임시 대피한 주민들은 간단한 침구류를 지급받았지만, 어린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뜬 눈으로 잠을 지샜다"고 전했다.

술집과 레스토랑, 재즈바가 밀집해 이름난 관광지역인 '프렌치 구역'은 넘쳐드는 파도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로 대규모 방벽이 설치됐고, 곳곳에 가로수와 철책이 쓰러져 있는 도시 거리에는 이동하는 차량이나 행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 주변에는 인근 테네시 주 등에서 온 4000명 이상의 경비 병력이 투입돼 질서유지 업무에 나섰다.

▽침수위기 뉴올리언스=이날 상륙한 카트리나가 더 위협적인 이유는 뉴올리언스가 도시의 70%가 해수면보다 2~2.5m 낮기 때문이다. 미시시피강 하구에 있는 이 도시는 이 강과 폰차트레인 호수, 멕시코 만에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태풍이 올 때면 도시로 넘어오는 물을 펌프로 퍼내 왔다.

기상전문가들은 "도시를 거미줄처럼 엮고 있는 둑과 운하가 무너질 경우 건물 2,3층까지 물에 잠기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한 해양학자는 "파도가 둑을 넘어 시내로 들어오면 주변 석유화학공단의 유해물질이 물에 섞여 흘러들면서 도시 전체가 독성 호수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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