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기밀 ‘온라인 탈영’초병들도 속수무책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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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기는 군사보안.’

최근 3급 군사비밀인 음어표(통신암호 해독문)의 인터넷 유포사건은 첨단 정보기술을 이용한 군 기밀의 유출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다수의 군 관계자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장비 등을 이용한 군 기밀 유출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보안 점검실태는 한참 뒤처져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카메라폰 사용은 공공연한 비밀”=국군기무사령부는 최근 전 요원들에게 카메라폰 사용을 금지시켰다. 수백만 화소급의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가 내부비밀을 유출시키는 ‘스파이’ 도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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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무사 요원들은 휴대전화를 카메라 없는 구형으로 교체하거나 해당 통신업체를 통해 카메라 기능을 삭제한 뒤에야 영내 출입을 할 수 있다.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최신 기종의 카메라폰이 정보기관에선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부대는 사정이 다르다. 군사 보안업무 시행규칙은 카메라폰이나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의 군사통제구역 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반입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예하 부대에서는 별 제약 없이 고기능의 카메라폰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

군의 한 관계자는 “병사들이 몰래 카메라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각종 휴대용 저장장치도 골칫거리다.

문서나 사진, 동영상 등을 파일로 저장했다가 컴퓨터에 연결만 하면 쉽게 파일을 불러내 작업할 수 있는 플래시 메모리는 군에서도 사용이 일반화됐다. 군 당국은 개인용 플래시 메모리의 부대 반입을 금지하는 한편 군사비밀이 들어 있는 플래시 메모리의 영내 반입 반출 시 별도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플래시 메모리가 엄지손톱만 하게 소형화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군 기밀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됐다는 우려가 높다.

▽‘기는 대책’=문서로 존재하던 군사비밀이 컴퓨터 파일로 생산 보관 유통되면서 유출 위험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군 내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다 실수로 군 기밀을 유출한 과거 사례 등과 달리 음어표 유출사건은 카메라폰 등으로 찍어 인터넷을 통해 고의로 유포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컴퓨터로 비밀문서를 작성할 때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작업기록을 삭제하고 인가된 원본 CD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군 기밀이 든 CD를 다른 컴퓨터로는 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도 실시하고 있다.

또 부대 내에서 컴퓨터로 각종 작업을 할 때 접속시간과 경로를 추적해 비밀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고 군 수사관계자는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일선 부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의 USB 포트를 제거하거나 미군처럼 비밀 생산전용 PC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정보기술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군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군 기밀의 유출이 국가의 안보와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보안의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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