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정권하 도청’ 정치적 흥정 말라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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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오늘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대중 정권 시절 도청에 관한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이 내용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DJ 정권 때도 도청이 계속됐다’는 국정원의 고백(告白) 이후 도청문제가 전현 정권 간의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하면서 도대체 어느 쪽 얘기가 옳고,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강조했듯이 ‘국가범죄 행위’는 ‘구조적 요인’을 끝까지 밝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는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DJ 정권 시절 도청문제는 그 같은 국가범죄 행위가 과연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구에 의해 자행됐는지, 어떤 목적과 구조 속에 이뤄졌는지를 철저히 밝혀내는 일이 선행(先行)돼야 한다.

그런데도 “모욕을 당했다”는 DJ 측의 격앙된 반응과 DJ의 입원으로 ‘호남 민심’이 악화되자 본(本)인 진상규명은 뒷전에 밀린 채 말(末)인 정치공학적 주장과 대응만이 두드러졌던 게 작금의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DJ에게 진사사절을 보낸 데 이어 부랴부랴 호남에 몰려갔고, 노 대통령은 18일 언론사 정치부장단 간담회에서 “정권이 책임질 과오는 없다”고 선을 그어 버렸다.

DJ 측의 대응 강도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 22일에는 이종찬 임동원 신건 등 전직 국정원장 3명이 김승규 원장을 만나 국정원의 발표 내용에 항의하며 사실상 조사 중단을 ‘압박’했다. DJ 측은 어제도 “국민의 정부에서는 조직적 불법 도청은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조직적이건, 국정원 내 일부 세력의 행위건 도청이 있었다면 그것은 엄연히 국가범죄다. 또 DJ 정권 때 도청이 있었음은 각종 증언을 통해서도 이미 드러나 있다. 오죽하면 진승현 게이트 수사 당시 검찰조차 ‘도청 공포’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사안의 진실을 가릴 책임은 국정원 자신과 검찰에 있다. 오늘 김 원장의 보고가 결코 정치적 흥정의 산물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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