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면담은 이종찬(李鍾贊)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씨 등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 3명의 공동 요청으로 이뤄져 국정원 1, 2차장이 배석한 가운데 4시간 동안 진행됐다. 23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천용택(千容宅) 전 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전 원장 등은 구체적으로 △김 원장이 국정원의 기본 임무인 합법 감청과 불법 감청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발표한 것은 아닌지 △국정원 관계자들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5일 발표 내용은 정권 차원의 도청이 아닌 실무 차원의 도청이 일부 있었음을 고백한 것”이라며 “발표 내용이 일부 와전되었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다.
전직 국정원장들은 “일부 이해가 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입장 표명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파장을 고려해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도청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책임 당사자들이 집단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안기부 비밀 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팀장이었던 공운영(孔運泳·구속) 씨가 1999년 도청 자료를 유출할 당시 국정원장인 천 씨에게는 23일, 미림팀 활동 당시 안기부 차장인 오정소(吳正昭) 씨에게는 24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천 씨는 23일에 출석할 것이라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검찰은 이들 외에 미림팀 활동 당시 안기부장과 국내담당 차장 등 1, 2명을 이번 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미림팀 활동 당시 안기부 차장은 오 씨와 박일룡(朴一龍) 씨 등이었으며 안기부장은 김덕(金悳) 권영해(權寧海) 씨였다. 검찰은 공 씨를 23일 공갈미수 및 국정원직원법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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