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 “DMZ 자연에 반해 40번 넘게 왔죠”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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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의 보고’에 매료돼 해마다 비무장지대(DMZ)를 찾는다는 조지 아치볼드 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
‘생태의 보고’에 매료돼 해마다 비무장지대(DMZ)를 찾는다는 조지 아치볼드 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
겨울만 되면 떼를 지어 날아오는 두루미들.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비무장지대(DMZ)에 자리를 트는 1000여 마리의 두루미를 관찰하기 위해 조지 아치볼드(59) 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은 겨울만 되면 한국을 찾았다.

○ 습지 계속 줄어… 10년뒤엔 두루미 못볼수도

1974년 이후 DMZ를 찾은 것만도 40여 차례. 그러나 올 때마다 두루미 수와 종(種)은 눈에 띄게 줄어갔다. 그는 한국 정부와 환경단체들에 “DMZ 안에 별도의 두루미 서식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DMZ 포럼 국제회의’ 참석차 15일 서울에 도착한 그는 어김없이 DMZ부터 찾았다.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DMZ는 예전보다 훨씬 부산한 모습. DMZ 내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평화의 마을에도 여기저기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반면 두루미들이 서식하는 습지는 더욱 줄어들어 있었다.

“개발의 여파로 오염되거나 말라 가는 대성동의 개울물을 바라보며 ‘올겨울 이곳을 찾는 두루미가 더욱 줄어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예전에 1000마리도 넘던 DMZ의 두루미가 지금은 200마리가 안 될 만큼 줄었습니다.”

두루미 종류도 과거 4, 5종에서 2종으로 줄었다. 한국엔 다른 두루미 서식지도 있지만 DMZ만큼 광활한 서식지는 없다. 그는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DMZ에서 두루미는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DMZ 포럼’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치볼드 이사장은 테드 터너 전 CNN 회장,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추진하는 DMZ 내 생태평화공원 설립 계획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생태공원 설립을 위한 남북한 공동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할 예정.

아치볼드 이사장은 “과거 DMZ 생태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무관심했던 북한은 최근 생태공원이 조성되면 남북한 모두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이 공동조사위원회에 적극 참여한다면 3년 안에 생태공원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1970년대 초 우연히 떼를 지어 이동하는 두루미의 모습을 본 후 두루미에게 심취하게 됐다. 당시 의대 진학을 준비하던 그는 곧바로 조류 연구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73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 국제두루미재단을 설립했다. 그 후 3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다니며 두루미 서식 연구와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18종의 두루미가 남아 있는데 이 중 11종은 멸종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 금강산-설악산 유네스코 보호지역 지정돼야

두루미재단 설립 직후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의 한 교수에게 DMZ를 방문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동료 학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DMZ의 ‘생태학적 명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1974년 당시만 해도 외국인의 DMZ 출입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를 설득해 DMZ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두루미뿐 아니라 이곳에 서식하는 500여 종의 식물, 100여 종의 곤충, 20여 종의 어류 보존을 위해서도 DMZ의 생태학적 가치는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십 차례 방한을 통해 DMZ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연 경관에 매료된 그는 설악산과 금강산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보호지역에 등록시키는 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개인적으로 120여 마리의 두루미를 키울 정도로 두루미광(狂)인 그는 “북한 쪽에서 DMZ에 들어가 두루미를 관찰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면서 웃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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