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선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것이라는 평가와 남측의 이념적 무장해제를 노린 고도의 대남(對南) 심리전술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달라진 북측의 행보=북측 대표단이 서울에서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것은 냉전시대의 금기를 깬 파격이었다. 16일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처음 방문한 것도 그동안 남측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아 온 북측으로선 또 다른 금기를 깬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대담한 행보는 기본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측근 중 한 명인 김기남(金基南·노동당 비서) 당국대표단장 등 북측 대표 6명은 17일 오전 청와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해 환담을 나누고 오찬을 같이한다.
청와대 측은 김 단장이 특사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김 국방위원장의 친서나 구두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북측 대표단의 태도 변화가 대남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남쪽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에 둔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남북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키고자 하는 진정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측이 남북 대치상황을 넘어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첫걸음을 뗀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북측의 행보를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진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구본태(具本泰) 전 통일원 정책실장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보는 북측의 국립묘지 참배는 전쟁 시 ‘미제의 총알받이’로 죽어간 남측 장병들을 추모한 것”이라며 “일종의 대남 이념전쟁 선포”라고 주장했다.
▽막후 대화=남북은 이번 행사의 이면에서 북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측 김 대표단장과 승용차로 함께 이동하면서 자주 밀담을 나눴다. 또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임동옥(林東玉)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도 긴밀히 협의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정 장관과 북측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달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속개될 예정인 후속 4차 6자회담 대책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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