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배제 위헌논란에 靑 “미래 대비” 한발 물러서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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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권력 남용범죄에 대한 ‘민·형사상 시효 배제’ 문제를 거론한 뒤 15일 청와대 내에서는 하루 종일 그 해석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특히 형사사건의 공소시효 배제 문제가 국가권력이 저지른 과거의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범죄에 대한 것이냐를 놓고 해석이 오락가락했다. 만일 공소시효가 만료된 과거 범죄의 시효를 연장해 처벌하겠다는 뜻이라면 이는 헌법의 형벌 불소급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게 뻔하다.

당초 청와대 측의 설명은 ‘과거에 관한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이날 오후 5시경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최종 정리된 견해라면서 “원칙적으로 장래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범죄에 대해 시효를 아예 없애든지 상당기간 연장해서 다시는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사건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시효 배제의 사례가 있는 만큼 국회 입법과정에서 그 가능성 여부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대통령정책실이 취합한 자료를 토대로 연설팀이 초안을 작성했고, 노 대통령이 10일경부터 직접 집필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시효’ 문제는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법률 검토를 거쳤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에서는 과거 사건의 경우 민사상 시효는 연장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형사상 공소시효는 국제법상 시효 배제의 사례를 검토했으나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같은 중요 문건에서 개념상 혼란이 빚어지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근 연정(聯政) 제안을 놓고도 처음에는 ‘여소야대’ 때문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는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자기 논리조차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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