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분식회계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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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분칠’해서 경영 내용을 속이는 것이 분식회계다. 옛 사자성어(四字成語)에 빗대면 어디에 가까울까.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탕발림 말이요 얼굴 표정이니, 영 아니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고 하는 상석하대(上石下臺)도 있다. ‘눈가림’을 뜻한다. 또 하루치를 합친 양은 같아도 아침저녁 주는 양을 달리 하니 원숭이가 좋아하더라는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있다. 그러나 이 두 말은 다 질량에 관한 것이므로 본질을 속이는 분식회계와는 맞지 않는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 그럴듯하다. 진열대에 양머리를 내걸고 값싼 개고기를 양고기인 양 속여 판다는 얘기니까.

▷분식회계는 영어로 ‘윈도 드레싱’이다. ‘진열장 꾸미기’라는 뜻이다. 문헌을 자세히 뒤져 보니 ‘좋지 않은 무엇인가를 숨겨서 외부에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바로 서양의 ‘양두구육’이다. 노골적인 영어로는 ‘어카운팅 프로드(회계사기)’가 있다.

▷두산그룹이 2797억 원의 분식회계를 고백했다. 또 오너 일가 대출금의 이자 138억 원을 회사 돈으로 냈으며, 그중에는 네 살짜리 손자 몫도 있다고 한다. 대우그룹 동아건설 한보그룹 기아그룹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이어 ‘100년 견실한 부자’ 두산의 고백이기에 충격이 크다. 형제 다툼으로 불거진 것이긴 하지만, 거대 기업의 건강진단서라고 할 재무제표가 이토록 가짜로 통할 수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미국 같은 나라에도 엔론, 머크, 월드컴 등의 분식회계 소동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정도의 차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의 경우는 코리아의 대외 신용에 직결되는 한국의 얼굴, 재벌기업의 분식이기에 문제가 큰 것이다. 대우의 경우 ‘세계경영’ 어쩌고 하면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슈퍼 분식으로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양두구육의 나라, ‘윈도 드레싱의 한국’이 되면 무엇을 팔아 먹고살 수 있겠는가?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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