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대통령 미국 비자신청…美-이란 갈등 새 불씨될까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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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의 애덤 어럴리 대변인은 8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 신임 이란 대통령의 9월 유엔 총회 방문을 위한 비자신청서가 접수됐다”며 “발급 여부를 검토 중(reviewing)”이라고 밝혔다. 정례 브리핑 도중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어럴리 대변인은 이어 다른 기자가 “북한 핵문제를 묻겠다”고 질문을 던졌는데도 “비자와 관련된 질문이 더 없느냐”며 좌중을 둘러봤다. 이란 대통령의 비자 문제를 부각시켜 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란 언론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취임(6일)을 앞두고 “새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지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이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국제적 관심을 끌긴 했지만, 미 행정부가 비자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아무래도 의도적이다.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직 외국 정상이 유엔 방문을 위해 신청한 비자가 거부된 사례는 전무하다. 반미 고립노선을 걷고 있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유엔행 비행기를 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비자 발급 거부 가능성이 공개석상에서 언급된 것은 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의혹 때문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979년 이란 수도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 인질 사건의 주동자 중 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 외교관 52명이 444일간 이란 과격파 학생들의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올해 6월 이란 대통령선거의 유세 화면을 본 당시 인질 5명이 “그는 내가 목격했던 주동자의 한 사람”이라는 주장을 내놓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진상조사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란 정부는 즉각 “미국이 제시한 사진과 달리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학 시절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여하튼 이란 정부는 미 국무부가 비자 문제를 들고 나온 배경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개연성이 높다. 대통령의 취임 이틀 만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이란 내 반미감정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실제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선 당일 투표소에 들어서면서 성조기를 밟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반미 근본주의자’의 이미지를 굳혀 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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