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가 내건 ‘개혁’ 간판은 선명해졌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도박이 되었다. 그는 자민당 ‘우정족(郵政族)’ 등 반란파 51명을 공천하지 않고 별도 후보를 세울 각오다. 그러나 51명 중 30여 명은 지역 기반이 탄탄해 ‘고이즈미의 신병기(新兵器)’들이 선전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자칫하면 지금처럼 공명당과 손잡고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약진세는 두드러진다. 재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40석이 순증(純增)하고, 작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쾌승했다. 따라서 이번에 민주당이 단독 과반에는 못 미치더라도 제1당은 가능하고, 신당이나 공명당과 연립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1955년 이후 반세기를 이어 온 자민당 정치의 붕괴요, 일본 정치의 본질적인 변혁이 된다.
이번 정변은 일본의 국내 정치 구도를 바꾸면서 대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그동안 고이즈미 정권의 ‘대미(對美) 추종 외교 반대’ ‘자위대의 명분 없는 이라크 주둔 반대’를 외쳐 온 터여서 아시아 중시(重視) 외교로의 전환 등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자민당 정권이 유지되더라도 고이즈미 총리가 물러난다면 다음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낙관이나 안이한 판단은 금물이다. 전후(戰後)세대 정치인이 많아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죄의식이 더 희박한 측면까지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같은 자민당 본류 출신의 보스가 민주당에 있고, 안보정책에서 매파 성향을 보이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같은 인물이 전면에 부상하는 것도 주목된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미 집권당과 야당을 가르기 어려울 정도의 위험 수위에 달해 있다. ‘고이즈미 정변’ 이후의 일본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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