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 출신 왜 CEO로 중용되나, 충성심…위기돌파에 적격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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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업무에 오래 몸담은 ‘홍보맨’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대기업의 별’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고 있다.

두산그룹 홍보책임자인 김진(金珍) 부사장은 8일 인사에서 ㈜두산베어스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사장은 홍보실 사장도 겸임한다.

이에 앞서 4일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에 선임돼 8일 취임식을 가진 이승창(李承昌) 사장도 홍보업무에 몸담았었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홍보맨 가운데 업무능력과 열정을 지닌 임원들이 중용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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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사장급 홍보팀장

두산의 김 신임 사장은 1978년 동양맥주에 입사해 과장 시절인 1984년 홍보실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 21년 동안 줄곧 홍보 업무만 맡아왔다. 2003년 홍보실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부사장 승진 2년 만에 사장으로 발탁됐다.

주요 그룹이 홍보책임자를 사장급으로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이 신임 사장도 1998년 이 회사의 전신인 대우전자 홍보담당 이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홍보업무를 맡아왔다. 최근에는 홍보뿐 아니라 경영기획과 구매 전략기획 업무까지 맡는 등 업무영역을 넓혀왔다.

그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대우 기획조정실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 회장을 보필한 ‘정통 대우맨’으로 꼽힌다.

○ 현대차 LG 한화 삼성에서도 두각

홍보담당 임원이 가장 각광을 받는 그룹으로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꼽힌다. 현재 홍보맨 출신 사장이 두 명이나 된다.

최한영(崔漢英) 현대차 전략조정실장(사장)은 이사대우를 단 지 6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초고속 출세’를 했다. 옛 현대그룹에서 벌어진 이른바 ‘왕자의 난’ 당시 정몽구(鄭夢九) 현 그룹회장을 보좌하면서 ‘대변인’ 역할을 했던 공을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김익환(金翼桓) 기아차 사장도 현대산업개발과 기아자동차에서 10여 년 동안 홍보업무를 맡았다.

LG그룹에선 LG전자 홍보팀장을 맡았던 김영수(金英壽) 부사장이 LG스포츠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운영을 맡고 있는 한무개발의 심재혁(沈載赫) 사장은 GS 계열사로 분리됐지만 1990년대 중반 LG그룹 홍보팀 상무를 맡았다.

한화그룹에서는 정이만(鄭二萬) 63시티 사장과 남영선(南令鐥) ㈜한화 화약부문 사장이 그룹 홍보팀장을 지냈다. 이들은 대한생명 인수과정 이후 그룹의 대외 이미지를 높였다는 점에서 김승연(金升淵)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에서는 배동만(裵東萬) 제일기획 사장이 1994년 말부터 3년 동안 그룹 회장 비서실(현 구조조정본부) 전략홍보팀장을 맡은 적이 있어 넓은 의미의 ‘홍보맨’으로 분류된다.

○ 부단한 노력과 충성심이 중용 배경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홍보맨들은 총수의 지근거리에서 일하면서 부단한 노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플러스로 작용한다.

하지만 홍보맨 출신 CEO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책임지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상당수 기업은 중요도가 낮은 계열사에 우선 배치해 경영능력을 검증한 뒤 더 중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짙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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