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핵폭풍]도청내용 수사不可최종확정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코멘트
공운영씨 구속 수감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인 공운영 씨가 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공운영씨 구속 수감
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인 공운영 씨가 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및 공개 불가’라는 입장을 최종 확정한 것에 대해 검찰은 “법 집행 기관으로서 당연한 ‘법대로’ 결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결정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과 정치권의 공개 주장과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검찰은 여론이 아니라 법을 따라야”=통신비밀보호법에 “불법 감청 자료를 수사의 단서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하지만 관련 조항인 같은 법 제4조는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인들은 이 조항에 의해 ‘불법 감청 자료의 수사 목적 활용’도 당연히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는 재판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재판에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면 당연히 수사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보다 훨씬 낮은 수위의 징계에서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수사에서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한해 불법 도청 자료를 수사 및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금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치권이 특별법 제정의 논리로 내세우는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 과거의 어두운 유산을 털고 가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과거의 어두운 유산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불법 도청을 자행한 것이므로 불법 도청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도청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청한 자료를 공개해 도청 피해자에게 이중의 피해를 주는 것이 오히려 훗날에 보면 또 다른 ‘과거의 어두운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

▽“테이프 내용에 대한 확인은 시작도 안 했다”=검찰 스스로 도청 테이프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불법 증거에 접근하는 방법은 적법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압수한 테이프가 도청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뿐 내용에 대한 확인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수사검사가 테이프 내용을 어디까지 확인할지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최종 합의가 안 됐다”며 “합의된 것은 도청 수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으로 국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X파일 수사는 고민 중”=MBC 방송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학수(李鶴洙·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장과 홍석현(洪錫炫) 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 내용이 담긴 ‘X파일’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 내에서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검사들은 ‘불법 증거’라는 이유로 ‘수사 불가’를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불법 도청 자체가 아니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수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시민단체가 고발해 온 사안이므로 불법 증거 시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사 불가’를 주장하는 검사들은 “언론보도와 고발도 ‘불법 증거’의 독(毒)에 오염된 것”이라며 재반박한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