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권때 與野실세들 孔씨 자주 찾아가”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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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을 지낸 공운영(孔運泳·58) 씨가 1999년 반납한 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국정원 직원 5∼7명이 리스트로 만들어 분석했다는 국정원 전 고위간부 A 씨의 증언은 자료 유출과 관련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정원장에게도 보고되지 않을 정도로 극비로 다뤄졌다는 테이프 내용이상당수 국정원 직원들에게 공개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여야 정치권 실세들이 불법도청 테이프 등을 구하기 위해 공씨를 자주 찾아갔다는 증언도 불법 도청 테이프의 실체가 6년전부터 정치권에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테이프 회수 때 감찰팀 직원 보내=국정원이 테이프 회수에 나선것은 천 원장이 1999년 여름 감찰실에 “엄익준(嚴翼駿·2000년 작고) 당시 국내담당 2차장을 만나보라”고 말하면서였다.

엄 차장이 “재미교포가 불법 도청 테이프를 갖고 삼성을 협박하고 있으니 한번 알아봐라”고 지시를 내리자 감찰실이 경위를 파악한 뒤 테이프 회수에 나섰다는 것.

A 씨는 “당시 경제과장도 테이프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또 “미림팀에 근무했던 직원을 보내 공 씨에게 테이프 반납 의사를 타진했으며 회수할 때는 감찰실 직원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 씨가 반납한 테이프와녹취보고서는 종이상자로 2개 분량. A 씨는 “보안팀과 감찰팀 직원 5∼7명이 함께 리스트를 만들었으며 나중에 소각할 때도 그 목록을 보고 맞춰 가며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또 “최규백(崔奎伯)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도 소각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씨를 찾아간 정치인들=A 씨에 따르면 도청 대상에는 정치인과 검사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까지 포함됐다. A 씨는 당시 천원장에게 개요만 보고했고 엄 차장에게는 소각사실만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청 테이프의 존재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테이프를 입수하기 위해 실세 정치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공 씨를 찾아 갔다는 것.

도청 테이프를 둘러싼 정보들은 국정원 직원이나 재미교포 박인회(58·구속) 씨 등을 통해 여야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그러나 A 씨와 공 씨 누구도 정치인 중 누가, 어떻게 알고 공 씨를 찾아가 어떤 요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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