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던 6자회담 막판 진통 왜?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2분


코멘트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그런데 비가 와서 걱정이다. 지금까지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이 잘 안 풀리곤 했는데….”

결과를 미리 예감했던 것일까.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3일 오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처럼 이날 회담은 틀어지고 말았다. 북한의 몽니 때문이다.

당초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던 6개국 수석대표회의에서 합의문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높았으나 회담 예정시각이 지나도록 북한 대표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5개국 대표단과 언론의 관심은 하루 종일 북측의 동선(動線)에 집중됐으나 북한은 끝내 ‘OK’ 사인을 내지 않았다.

전날 중국이 제시한 최종 합의문 초안을 받아들고 북한대사관으로 돌아갈 때만 해도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의 표정은 밝았다. 하루 만에 왜 다시 버티기 자세로 돌아섰을까.

▽쟁점에 대한 이견일까=이날 북한은 수석대표회의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미국과는 수차례 마주앉았다. 뭔가 풀리지 않은 쟁점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가장 큰 쟁점인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관련해 모호하게 기술된 최종 초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을 가능성이 높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것과 동시에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즉각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자고 주장했을 수도 있다.

북핵 폐기를 명시하는 데 대해 불만을 피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주장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철폐’는 최종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양으로부터 최종 초안에 대해 부정적인 훈령이 내려왔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미국의 수용 범위를 넘어선 요구를 했다면 회담 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훈령이 지체돼서인가=하지만 평양의 훈령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 초안의 문구를 놓고 평양에서 요모조모 따져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핵심 쟁점에 대한 미국의 진의를 다시 알아보라거나, 추가적인 양보 가능성을 타진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평양 당국은 북한이 NPT에 가입하면 미국은 정말로 북한에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할 생각이 있는지 재삼 확인할 것을 베이징(北京) 협상팀에 지시했을 수 있다.

▽벼랑 끝 전술인가=합의문에 담길 내용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식량지원 등 이면(裏面)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벼량 끝 전술일 수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회담 등에서 이런 방식으로 ‘+α’를 챙기곤 했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