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명물 국숫집 80년만에 문닫아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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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11시 홍콩 센트럴가의 엘긴 거리에 있는 만웬(民園) 국숫집 앞. 문을 열기 1시간 전이지만 밀려든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마지막 국수 맛을 보기 위해서다.

식당 문이 열리자 7개 노천 테이블은 빈자리가 생길 틈이 없었다. 일부 단골손님들은 디지털카메라로 국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홍콩의 명물로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웬 국숫집이 당국의 명령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고 밍(明)보가 보도했다.

쩡인취안(曾蔭權) 홍콩 행정장관과 액션스타 저우룬파(周潤發) 등 유명 인사들도 자주 들른 이 식당은 쇠고기와 돼지족발을 우려낸 국물로 유명하다. 하루 평균 매출액은 4000홍콩달러(약 53만 원) 정도.

하지만 이 가게의 영업권을 갖고 있던 웡퀑힝(黃光慶) 씨가 5월 사망하자 홍콩 정부는 가게 폐쇄를 명령했다. 홍콩 법상 오직 배우자만이 영업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데 웡 씨는 독신이었다. 12세 때부터 일해 온 동업자 리킨관(李建坤) 씨가 있지만, 리 씨도 영업권을 물려받을 수 없다. 만웬이 폐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단골손님 6000명이 “당국의 조치는 홍콩 음식문화에 대한 살인 행위”라며 ‘만웬 되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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