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론, 왜 하필 한나라냐” 호남 술렁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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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역구도 해소를 명분으로 한나라당에 권력을 이양하는 ‘대연정’을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도 아니고 한나라당이랑 뭘 하겠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싸늘한 호남 민심=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31일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한 호남 지역의 여론이 어떠냐는 질문에 “당연히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서라고 강조했지만 한나라당과의 대결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호남 지역은 노 대통령의 ‘진정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인터넷 등에는 ‘호남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쓴 “호남이 밀어 대통령 당선시켜 줬더니 결국 영남끼리 합치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감정적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유선호(柳宣浩) 의원이 지난달 29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도 이런 민심을 반영한 것이다.

유 의원은 “대통령은 계속 연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당은 어떠한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있다”며 의견 수렴 없이 ‘일단 찬성’ 식으로 동조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작금의 정치 현실에서 이런 논의가 부적절하고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안정적 운영과 정체성 논란을 가중시킨다면 (당 지도부는) 대통령에게 연정 제안을 거두어 주기를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중식(申仲植·전남 보성-고흥) 의원은 지역 주민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라며 탈당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도 호남 민심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듯하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지난 주말 유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연정과 관련한 당내 여론 수렴과 대국민 설득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 동구의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동정 여론도 있다”며 대국민 설득 작업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염동연(廉東淵), “대통령 제안은 옳다”=노 대통령의 최측근 중 1명인 염동연 의원은 지난달 30일 호남 민심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6월 8일 당 서열 2위의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한 이후 활동을 자제해 온 염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개인적으로 호남에서 정치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배짱이 맞았던 것은 지역구도 해소라는 정치적 견해가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했다는 염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말 그대로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권역별 비례대표제’ 17대총선 대입해보니

與 6석 - 한나라 1석 감소… 민노는 6석 증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의 대안으로 밝힌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각 당의 의석분포는 어떻게 달라질까.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이 31일 발표한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체 의석수는 큰 변동이 없지만 열린우리당은 다소 줄고 민주노동당은 크게 늘

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모의실험에서는 현재의 지역구 243석, 비례대표 56석으로 돼 있는 의석 비율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한 뒤 17대 총선 당시의 득표율을 이 두 제도에 대입했다.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입한 결과 17대 총선에서 153석을 얻었던 열린우리당은 147석으로 의석 수가 줄었다. 121석을 차지했던 한나라당은 120석, 9석이었던 민주당은 11석으로 거의 비슷했다. 민주노동당은 10석에서 16석으로 늘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1석도 못 얻었던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각각 2석을 비례대표 몫으로 차지할 수 있다. 부산(4석)과 울산(2석) 경남(5석)을 합치면 모두 15

석으로 17대 총선의 영남 의석(4석)보다 크게 늘어난다.

반면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1석도 차지하지 못하게 돼 17대 총선 결과와 변화가 없었다.

‘소선거구제+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전체의석은 139석으로 줄어든다. 한나라당(122석)과 민주당(10석)은 별 차이가 없었으나 민주노동당은 16석으로 늘어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한나라당은 광주에서 1석,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2석 등 호남에서 모두 5석을 얻는다. 열린우리당은 부산에서 7석, 대구 3석, 경북 3석, 경남 6석 등 영남에서 모두 19석을 얻을 수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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