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주기 상술’ 속지마세요…방학대목 논술 과장광고 기승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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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송○○ 학생 집이죠? 요즘 논술이 중요하다는 거 잘 아시죠?”

서울 경기고 2학년인 송모(17) 군은 며칠 전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걸어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송 군은 “최근 학원에서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고 논술학원이나 과외를 권유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의 논술고사 비중이 집중 부각되면서 논술강의 수요가 늘자 학원들이 수강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텔레마케팅까지 동원=학원들은 전화 홍보요원을 이용한 텔레마케팅까지 동원해 “이제 논술을 못하면 대학에 갈 수 없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학원 인근 중학교의 졸업앨범에서 고교생의 연락처를 얻거나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중고교생이나 학부모에게 홍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중3 아들을 둔 이모(41·여·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씨는 “대학에 가려면 논술을 꼭 해야 한다는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 온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또 여름방학 전 학교 앞에서 광고 전단지를 돌리거나 논술학원의 강사, 강좌 등을 안내한 공책, 책받침, 부채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서울 진명여고 1학년 김수영(16·서울 양천구 목동) 양은 “여름방학을 전후로 논술 관련 학원 홍보물이 부쩍 늘어났다”며 “학원 부근을 지나는 학생에게는 집중적으로 홍보물을 나눠 준다”고 말했다.

고1 딸을 둔 박모(여·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도 “한 학원에서 ‘고2, 3학년 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바쁘니까 지금은 논술에 다걸기(올인)해야 한다’고 겁을 줘 결국 등록했다”고 말했다.

▽“엉터리 강사도 많다”=학원들이 유명 강사라고 홍보하지만 학력이나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강의의 질이 낮은 경우도 많다.

‘국문학 박사학위 소지, 논술 전공’ 식으로 허위 광고를 하거나 출신 대학은 숨기고 ‘○○○대학원 졸업’ 등으로 적기도 한다. 탐구과목을 가르치다 논술강사로 전환한 강사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밀집지역의 강사 중에는 유명 대학 국문학과나 대학원 졸업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고1 학부모인 안모(48·여·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여러 학원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기존 논술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곳이 없고 ‘통합교과형 논술은 어렵다’는 말만 강조했다”고 말했다.

유명 강사의 시범강의를 들어본 서울 B고의 국어교사는 “글쓰기의 기초와 배경 지식 등에 대한 설명도 없이 논지를 분명히 하라는 말만 하더라”며 “최신 유행어와 심지어 욕설까지 섞어가면서 재미 위주로 강의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단속 나선 교육당국=교육인적자원부는 이달 초 16개 시도교육청에 학원의 불법 운영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공정택(孔貞澤)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한국학원총연합회 임원 연수회에 참석해 “일부 학원이 통합교과형 논술이 도입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광고로 학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본고사식 논술 강좌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교육청은 8월부터 수강료 과다 책정, 과장광고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위반 학원에는 벌점을 부과해 교습정지, 학원등록 말소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논술이 대입 결정’ ‘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대비’ 등 과장광고 단속은 물론 ‘강사 전원 ○○대 졸업’ 등에 대해서는 학력과 경력의 진위도 확인하기로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대학교수 논술지도땐 처벌▼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교수가 논술 학습지 집필 참여 차원을 넘어 학생을 상대로 직접 첨삭 지도하거나 강평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등에 정한 영리업무 금지 규정에 저촉돼 처벌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는 2008학년도 대입부터 논술 비중을 강화하면서 일부 대학 교수가 사설 기관의 논술 학습지 집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학원에서 직접 출제하거나 지도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소속 교수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도록 해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법에 따라 조치하고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원도 행정지도 하기로 했다.

교수가 서적을 편집(집필)하고 그 판권으로 인세를 받는 것은 영리업무 금지 규정에 저촉되지 않지만 서적을 집필한 뒤 직접 지도하고 강평하는 것은 이 규정에 어긋난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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