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1일 “청와대가 지방선거 전략본부이자 정책지원팀이 됐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즉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선관위 측은 “한나라당이 고발할 경우 검토할 수는 있으나 아직 조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가 됐나=4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김영주(金榮柱)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은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계획’을 보고했다.
21일 공개된 대통령국정상황실의 ‘7월 4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시 대통령님 말씀 주요 내용’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뒤 “지방자치(선거) 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제기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임”,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 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임” 등의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적정한 시점이 되면 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할 것”,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 등의 발언도 했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내용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부 참모회의라는 이유에서다.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한 발언은 국정상황실에서 요약 정리해 참고용으로 행정관급 이상에게 e메일로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잘못 전달된 얘기다”=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처음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보도됐던 20일 오후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의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개발’ 위주였는데 앞으로는 지방의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공약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1일 오전 국정상황실 문건이 공개되면서 ‘청와대 측이 거짓 해명을 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 측은 이 문건에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발언 원문은 아니다. 발언 내용을 짧게 한 줄로 요약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정책 점검회의에서 “여야 관계없이 정치인들이 건강하고 좋은 공약을 내걸어 국민들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도록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만수 대변인이 전했다.
기자들이 “오해가 있는 것이라면 노 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발언의 원문을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한나라당, “관권선거다”=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관권선거 의혹으로 연결시키며 공세에 나섰다.
이강두(李康斗) 최고위원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과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보의 지방선거 관련 발언을 가리키며 “선관위는 철저히 조사를 해 관권선거가 일절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도 지난해 노 대통령의 여당지지 발언이 탄핵으로 이어진 점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은 현재 인기가 바닥이라는 것을 자각해서 선거 개입을 할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과의 인연을 스스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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