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앞장서 ‘지방선거 앞으로’?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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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국정상황실이 작성한 4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요지 문건. 점선 안이 내년 지방선거 공약 활용을 언급한 부분. 자료 제공 오마이뉴스
대통령국정상황실이 작성한 4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요지 문건. 점선 안이 내년 지방선거 공약 활용을 언급한 부분. 자료 제공 오마이뉴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계획’ 등의 정책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선거 개입 시비가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21일 “청와대가 지방선거 전략본부이자 정책지원팀이 됐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즉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선관위 측은 “한나라당이 고발할 경우 검토할 수는 있으나 아직 조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가 됐나=4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김영주(金榮柱)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은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계획’을 보고했다.

21일 공개된 대통령국정상황실의 ‘7월 4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시 대통령님 말씀 주요 내용’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뒤 “지방자치(선거) 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제기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임”,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 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임” 등의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적정한 시점이 되면 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할 것”,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 등의 발언도 했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 내용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부 참모회의라는 이유에서다.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한 발언은 국정상황실에서 요약 정리해 참고용으로 행정관급 이상에게 e메일로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잘못 전달된 얘기다”=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처음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보도됐던 20일 오후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의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개발’ 위주였는데 앞으로는 지방의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공약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1일 오전 국정상황실 문건이 공개되면서 ‘청와대 측이 거짓 해명을 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 측은 이 문건에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발언 원문은 아니다. 발언 내용을 짧게 한 줄로 요약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정책 점검회의에서 “여야 관계없이 정치인들이 건강하고 좋은 공약을 내걸어 국민들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도록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만수 대변인이 전했다.

기자들이 “오해가 있는 것이라면 노 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발언의 원문을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한나라당, “관권선거다”=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관권선거 의혹으로 연결시키며 공세에 나섰다.

이강두(李康斗) 최고위원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과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보의 지방선거 관련 발언을 가리키며 “선관위는 철저히 조사를 해 관권선거가 일절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도 지난해 노 대통령의 여당지지 발언이 탄핵으로 이어진 점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은 현재 인기가 바닥이라는 것을 자각해서 선거 개입을 할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과의 인연을 스스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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