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12일 “하이닉스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졸업의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해 기업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 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2006년 말까지로 예정됐던 공동관리 시기를 약 1년 6개월 앞당겨 졸업한 것으로 앞으로는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하이닉스는 2001년 10월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 하이닉스가 걸어온 길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한 ‘반도체 빅딜’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경제정책 가운데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현대로서도 당시에는 ‘대어(大魚)를 낚았다’고 여겼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하이닉스는 1999년 빅딜로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합병 직후 부채가 15조8000억 원(1999년 10월 기준)으로 늘어나 이미 유동성 위기의 조짐을 보였다.
때마침 반도체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옛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이 겹치면서 하이닉스는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채권단은 ‘대마불사’의 상황논리에 떠밀려 대대적인 채무조정에 들어가 2001년 3조 원, 2002년 1조8000억 원의 대출금을 자본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이자상환 부담이 크게 줄었고 반도체 경기호전을 기다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그 이후 노사가 힘을 합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모두 매각했다.
2003년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2003년 1조7450억 원 적자에서 2004년 1조692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1조 원 이상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돼 하이닉스는 ‘생존 논쟁’에서 벗어났다.
○ 누가 새 주인 될까
채권단은 12일 ‘출자주식 공동관리협의회’를 구성해 보유지분(약 74%)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1%는 2007년 말까지 보유하고 23%만 먼저 판다는 방침이다. 방식은 장내매각이 아니라 국내외 투자자에 분산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언제라도 조건이 맞는 전략적 투자자가 나타나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이닉스는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변신했지만 시가총액(주식수×주가)이 현재 8조8000억 원에 이르고 매년 2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하려면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이닉스에 넘긴 LG전자가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LG전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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