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책은 스무번도…” “어른읽는 책이 좋아요”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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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은 열번 스무번도…” 서울 우이초교 2년 권준수▼

서울 우이초등학교 2학년 권준수(8·사진) 군은 과학을 굉장히 좋아해 손에서 과학책을 놓지 않는다. ‘와이 시리즈’ ‘과학학습만화’ ‘자연의 신비’ 등 집에 있는 책의 절반 이상이 과학책이고 도서관에 가서도 과학책만 고른다.

특히 좋아하는 과학책은 10번이고 20번이고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우는 수준이다.

엄마나 누나에게 “핵이란?”하면서 책에 나온 내용을 설명해줄 정도로 평소 과학의 원리나 자연현상에 관심이 많다.

가끔 부모가 역사, 문학 등 다른 분야의 책을 권하면 마지못해 읽기는 하지만 2번 보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어머니 이미현(41) 씨가 ‘이야기 한국사’ 등 역사책을 많이 권해 줬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 만화는 재미있어 해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과 특징을 모두 외웠다. 주로 과학책을 읽기 때문에 독서노트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이 씨는 “너무 과학책만 편식하는 것은 아닌지, 더 수준 높은 과학책을 권해 줘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클리닉:저학년용 동화책 읽고 어휘력-상상력 길러야▼

“지금까지 읽었던 위인전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니?”

“과학자 아인슈타인 빼고는 없어요.”

현재의 독서 방식은 ‘지식 얻기’에 편중됐다. 어릴 때 감수성을 키우지 못하고 단편적 지식만 배우게 되면 나중에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성격이 될 수도 있어 균형 잡힌 독서가 필요하다.

훌륭한 과학자는 상상력, 추리력, 창의력이 풍부해야 하는데 과학책만 읽어서는 이런 능력이 발달되기 힘들다.

사람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게 해야 한다. ‘주인공의 심리는 어떨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등 인간의 감정 세계를 이해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문학책을 재미없어 하는 것은 과학 용어 외에는 알고 있는 어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어휘가 부족하니 다양한 문학적 표현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는 그림책이나 초등 저학년용 동화책, 위인전을 읽으면서 어휘능력과 상상력, 표현력을 길러야 한다. 온 가족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등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과학책을 못 읽게 막는 것보다는 문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어른읽는 명작이 좋아요” 서울 중앙대부속초교 4년 심지연▼

서울 중앙대부속초등학교 4학년 심지연(10·사진) 양은 부모님 책장에 있는 소설, 잡지부터 동화책, 신문까지 가리지 않고 볼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온종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성인용 감성소설이나 명작에 관심이 많아 아버지 책장에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주홍글씨’ ‘나폴레옹을 사랑한 데지레’ 등도 읽었다.

심 양의 부모는 “집에는 소설 등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성인류’의 책이 많아 고민”이라며 “아이의 지적 관심이 또래보다 높은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책을 권해 줘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아이에게 50권짜리 ‘초등학생용 위인전 시리즈’를 사다 줬지만 “대부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그래서 지금은 로맨스 소설을 제외한 성인용 책인 ‘야생초 편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등을 권하고 심 양도 재미있게 읽는다. 그러나 부모는 심 양이 마음이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데 혹시 소설책을 많이 읽으면 이런 성향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클리닉:너무 빨리 어른세계 접하면 순수함 잃기쉬워▼

“왜 동화책보다는 어른용 책을 많이 읽지?”

“동화책은 시시해서요.”

심 양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로미오의 성격과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또래 친구들보다 사고의 폭이 깊다. 하지만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성인문학이 나눠져 출판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홍글씨’ ‘죄와 벌’ 같은 책은 어린이에게 불필요한 성인의 갈등과 고민을 알게 해 어른의 세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어 너무 일찍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어릴 때 어른의 세계를 빨리 접하면 아이다운 ‘순수한 신비감’을 잃기 쉽다. 그동안은 책을 줄거리 위주로 읽었기 때문에 청소년 도서가 재미없는 것이다. 부모의 다양한 질문을 통해 분석과 상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 보자.

책은 많이 읽고 있지만 그 나이에 꼭 읽어야 할 책들이 빠져 있다. 아이와 함께 중학교 1, 2학년용 내에서 독서목록을 작성해 계획성 있는 독서를 하게 도와줘 보자.

세계문학전집이 좋다. 어린이가 배워야 할 다양한 고급 어휘가 나오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류의 지혜와 가치관이 들어 있어 고학년 초등학생이 읽어야 할 필수도서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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