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여자마라톤 대들보 이은정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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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소리 하면서 달리면 기록이 더 좋아지나요?” 똑같은 일도 억지로 하면 ‘사역’이 되고, 즐기면서 하면 ‘놀이’가 된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처럼 그때그때 순간을 즐기면서 달린다는 ‘야무진 신세대’ 이은정. 목원대 사회체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횡계=안철민  기자
“앓는 소리 하면서 달리면 기록이 더 좋아지나요?” 똑같은 일도 억지로 하면 ‘사역’이 되고, 즐기면서 하면 ‘놀이’가 된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처럼 그때그때 순간을 즐기면서 달린다는 ‘야무진 신세대’ 이은정. 목원대 사회체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횡계=안철민 기자
“왜 자동차 바퀴 밑으로 들어갑니까? 전 달릴 때마다 즐겁기만 하던데….”

한국여자마라톤의 대들보 이은정(24·삼성전자)은 늘 긍정적이다. 결코 등 떠밀려 억지로 달리지 않는다. 황영조(35)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이 현역 시절 ‘훈련이 힘들 때마다 오가는 자동차 바퀴 밑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더라’고 하자 ‘말도 안 된다’며 야무지게 한방 먹인다. 6일 강원도 대관령 고지에서 훈련에 여념이 없는 이은정을 만났다.

“기록을 하나하나 깨뜨려 가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이 다음엔 내가 또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은정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 우승(2시간 26분 17초)을 시작으로 올해 4월엔 하프마라톤 한국최고기록(1시간 11분 15초)을 세웠고 지난달엔 불과 나흘 새 5000m(15분 42초 62)와 1만 m(32분 43초 35)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여자마라톤 한국최고기록(2시간 26분 12초)을 깨는 것도 시간 문제.

이은정 기록과 세계기록 비교

이은정세계기록
5000m15분 42초 6214분 24초 68
1만m32분 43초 3529분 31초 78
하프코스1시간 11분 15초1시간 6분 44초
풀코스2시간 26분 17초2시간 15분 25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드는 게 꿈이에요. 그러려면 풀코스를 2시간 22분대까지는 뛰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해요. 우선 하계유니버시아드(터키 이즈미르·8월 11∼22일)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발 크기 240mm에 164cm 45kg의 체격. 맥박 수 1분에 43회 정도. 충남 서산시 산성초등학교 6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감정의 기복이 없어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중학교 이후 단 한번도 운 적이 없다. 스트레스도 금방 풀어버린다. 남자친구도 없고 e메일(j0049034@hanmail.net)은 어쩌다 한 번 열어볼 정도. 좌우명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평상시 훈련을 알차게 마쳤을 때가 훨씬 더 뿌듯해요. 요즘 보폭이 짧은 쇼트 피치(short pitch) 주법에서 보폭을 넓게 가져가는 롱 스트라이드(long stride)로 바꾸고 있는데 하루하루 스피드가 ‘업’되는 게 너무 신나요.”

이은정은 중국 윈난 성 쿤밍에서 고지 훈련(7월 15일∼8월 9일)을 한 뒤 8월 12일 터키에 입성할 계획.

오인환 감독은 “몸에 좋다고 하면 자신이 먼저 ‘보신탕을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며 “허리의 유연성이 부족해 후반에 급속히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만 고치면 조만간 풀코스 2시간 23분대 진입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횡계=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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