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전통놀이 가르쳐주세요”…무료강의 인기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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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전통놀이 교실 프로그램 중 강규용 할아버지가 수강생들에게 ‘보릿대로 앵두 공중 굴리기’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이종승 기자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전통놀이 교실 프로그램 중 강규용 할아버지가 수강생들에게 ‘보릿대로 앵두 공중 굴리기’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이종승 기자
“어 어 어, 앵두가 공중에 떠올라요.”

순간 교실 안이 왁자지껄해진다. 고만고만한 꼬마들이 너도나도 보릿대를 입에 물고 하늘을 쳐다보며 열심히 불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입 위에서 앵두가 하나 둘 공중에 떠오른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교육청 마포평생학습관 4층 전통놀이 교실.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생 11명과 어머니 9명이 한 교실에서 강규용(65·서울 강동구 고덕동) 씨로부터 전통놀이를 배우고 있다. 이 수업은 마포평생학습관이 상반기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실시하는 전통놀이 강의 중 21번째인 ‘보릿대로 앵두 공중 굴리기’. 이 자리에는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인 황의경(44) 씨도 찾아와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황 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통놀이 강사를 초빙해 여름신앙학교 유아 유치반 어린이 100여 명에게 전통놀이 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찾아온 것.

서울 마포구 중동초등학교 홍다경(9) 양은 “직접 만들어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6살짜리 딸을 데리고 나와 강의를 들은 고기정(35·여·서울 마포구 합정동) 씨도 “처음 호기심에서 아이를 한번 데리고 와 봤는데 워낙 재미있어 해 계속 참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만들기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최근 노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전통놀이가 의외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시니어협회(회장 지성희 성공회신부)와 각 시도 평생교육원 등은 희망하는 노인에게 ‘전통놀이 만들어 놀기’ 교육을 시킨 뒤 유치원와 초등학교 등지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강의토록 하고 있다. 대신 노인에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월 20만 원의 수고비를 지급한다.

전통놀이는 무엇보다 자연친화적인 놀이라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산과 들 그리고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꽃 풀잎 보릿대 수수깡 도토리 한지 대나무 유리 단추 등 모든 것이 재료가 되고 만드는 과정과 갖고 노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1, 3세대 친화형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즐기는 각종 게임이나 놀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거나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전통놀이 프로그램만은 노인들이 갖고 들어가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것.

전통놀이 전문강사인 강 씨는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노인강사가 130여 명 된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아파트단지와 지역공동체 등에서 동네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 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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