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호사, 형사사건 수임 살펴보니 역시 ‘전관예우’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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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서울 지역의 형사사건이 갓 개업한 이른바 ‘전관(前官·전직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단독으로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중앙지법을 포함한 서울 시내 5개 법원과 변호사 업계를 통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매달 2∼6명의 전관 변호사에게 각각 10건 내외의 형사사건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힘센’ 전관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법조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3월 개업한 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힘’=이번 조사에서는 3월 개업한 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 실적이 특히 눈에 띄었다.

법원에서 형사사건을 맡던 D 변호사는 개업 첫 달인 3월 형사사건 수임 건수가 15건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D 변호사는 5월에도 9건을 맡았다.

비슷한 경력으로 개업한 H 변호사도 5월 통계에서 10건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들과는 다른 법원에서 퇴직한 G 변호사도 4월에 10건을 수임했다.

또 부장판사 출신의 K 변호사에게도 형사사건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의뢰인들이 여전히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약발’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직 검사들도 만만치 않아=개업한 지 1년 남짓 된 검사 출신 변호사 3명도 한 달에 10건 정도의 형사사건을 수임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검찰청 출신이다.

개업 17개월이 지난 B 변호사는 1월에 10건, 3월에 11건으로 2개월의 수임 건수 통계에서 상위를 지켰다.

지난해 7월 개업한 I 변호사는 5월에 10건을 수임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검사 출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A 변호사. 그는 1999년 3월에 개업했지만 1월(18건), 3월(15건), 4월(15건) 3개월 동안 수임 건수 순위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형사사건 ‘부익부 빈익빈’=대부분의 변호사들은 한 달에 형사사건 1건만 수임해도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개업한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은 1년에 1건 맡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에 10건이 넘는 형사사건을 수임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이거나 브로커를 통하지 않으면 형사사건은 구경도 하기 어려운 게 요즘 서초동 법조시장의 질서”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2005년 1~5월 형사사건 수임건수 상위 변호사들
변호사(익명)수임 건수전직개업 시기
11A18검사1999년 3월
2B10검사2004년 2월
3C8검사2003년 4월
31A15검사1999년 3월
1D15판사2005년 3월
3E11

2004년 2월
3B11검사2004년 2월
5F10.5

2005년 2월
41A15검사1999년 3월
2G10판사2005년 2월
51H10판사2005년 3월
1I10검사2004년 7월
1J10

2000년 2월
4K9판사2005년 3월
4D9판사2005년 3월
6A8검사1999년 3월
①익명으로 하기 위해 알파벳 순서로 변호사 표시. 같은 알파벳은 같은 변호사를 가리킴. ②E, F, J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졸업 후 곧바로 개업한 변호사. 그러나 F 변호사는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 사무실에 소속. ③K 변호사의 수임 건수는 같은 사무실의 후배 변호사 수임 건수와 합한 숫자. ④2월은 대학등록금 납부시기로 전반적으로 수임 건수가 줄어드는 시기여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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