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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車업계 주목 현대기아차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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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車업계 주목 현대기아차 해부

입력 2005-07-08 03:06수정 2009-10-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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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1986년 현대자동차가 소형차 ‘엑셀’로 야심만만하게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던 것도 잠시, 낮은 품질에 발목을 잡힌 현대차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싸구려 차’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장면 2

2005년 4월.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는 현대의 ‘쏘나타’를 중형차 부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차’로 뽑았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주에 공장을 세운 것을 계기로 미국 언론은 현대차를 ‘넥스트 도요타(도요타의 다음 주자)’라고까지 치켜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변화가 최근 세계 경영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의 품질에 대한 천착과 강한 리더십, 기아차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이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톱’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3대 성공 요인▼

1.1999년 ‘10년 보증’카드 성공 “현대차가 품질개선 가장 빨라”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품질과 신뢰성을 수직 상승시킨 계기는 1999년 정 회장이 꺼내든 ‘10년, 10만 마일 품질보증’이라는 승부수. 이 선언 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는 급증했지만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비용 증가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이때부터 정 회장은 ‘품질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품질회의’를 열어 실무담당자에게 개선 상황을 직접 보고받았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소소한 부분까지 품질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품질 상승은 통계적으로 입증된다. 미국 소비자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 회사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품질이 개선된 브랜드였다. 품질이 나아지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쌓아 둔 ‘대손충당금’ 중 45%가 이익으로 남았다.

2.기아차 합병통해 개발비 절약…마케팅 전략서도 시너지 효과

현대차가 1999년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두 회사는 EF쏘나타(현대차)와 옵티마(기아차), 투싼(현대차)-스포티지(기아차) 등의 많은 ‘형제차’를 탄생시켰다.

신차(新車)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3000억 원. 두 회사의 형제차들은 엔진과 부품을 90% 이상 공유하기 때문에 개발비를 거의 절반으로 절약할 수 있는 셈.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의 권문식 부사장은 “중복 개발에 따른 불필요한 투자가 감소해 수조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면서 “전체 기술 수준이 높아진 것과 차대(플랫폼)의 통합에 따른 생산비 절감까지 고려하면 ‘시너지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등급에서 두 가지 개성을 가진 차를 생산하게 되면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으며 국내에서 소모적 경쟁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효과로 기아차는 올해 1∼5월 유럽지역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7%나 늘어났다. 다만 최근 미국의 JD파워의 ‘자동차 내구성 품질 조사’에서 397개 브랜드 가운데 기아차가 최저점을 받는 등 현대차와의 품질 격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3.신상필벌 원칙따른 인재발탁…정몽구회장 강한 리더십 큰몫

정 회장의 말투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샤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를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정 회장을 ‘곰 같은 여우’라고 부른다. 대세를 빨리 읽고 남보다 한 수를 멀리 내다본다는 것이다.

5월 중순 도요타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사장이 “현대차가 도요타의 유일한 경쟁자”라며 현대차를 치켜세운 데 대한 정 회장의 반응은 주목할 만하다.

이 내용을 보고받은 정 회장은 GM, 포드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약진하는 도요타가 미국 여론의 비판과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현대차 끌어들이기’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즉각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후 현대차의 홍보, 마케팅의 전략은 “현대차는 일본이나 미국 업체를 위협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180도 전환됐다.

정 회장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에 바탕을 둔 용인술을 구사한다. 일 잘하는 임직원을 보면 격려금을 두둑하게 쥐어주고 파격적 발탁 인사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허위보고를 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은 언제라도 옷을 벗어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임원 인사가 수시로 이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넘어야 할 과제▼

현대·기아차그룹의 최대 약점은 노사관계와 높은 인건비.

현대차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거의 매년 노사분규를 겪었다. 회사 측은 잘 안 팔리는 차를 만드는 생산라인의 인력을 잘 팔리는 차종의 생산라인으로 옮기는 ‘전환 배치’에 노조가 반대해 연간 수천억 원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노사관계는 노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동안 원칙을 무시하고 노조 측에 끌려간 사측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브랜드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는 각각 도요타의 4분의 1, 20분의 1 수준이다.

내부문화의 한계도 현대·기아차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직책이 높아질수록 경영능력보다 ‘로열티’가 지나치게 중시되는 분위기도 있다. 제품의 품질과 판매기법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경영지원 부문의 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이끄는 사람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현재 자산 기준으로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LG그룹을 제치면서 삼성그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과의 격차는 크지만 옛 현대그룹이 해체된 뒤 잃었던 위상을 상당 부분 되찾은 셈이다.

자산총액 56조 원의 ‘거함(巨艦)’ 현대·기아차그룹의 함장실에는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과 그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있다.

최근 정의선 사장이 1대 주주인 차량탁송회사 ‘글로비스’가 상장을 추진하는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정 사장도 점차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주주 일가 가운데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정몽우(타계) 씨의 아들 정일선 BNG스틸 사장도 적잖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사장,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정 회장을 보좌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이끌어 가는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은 3명.

김동진 현대차 총괄 부회장은 미국 핀레이대 산업관리공학 박사 출신으로 현대우주항공 부사장을 맡으며 현대차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대차 상용차 담당 사장과 총괄사장 등을 거쳐 현재는 기획총괄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화교 출신인 설영흥 현대차 중국담당 부회장은 현대차의 중국 사업을 맡고 있다. 정 회장과 친분이 두터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김상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총괄본부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R&D부문 외길을 걷다 최근 부회장에 오른 R&D 및 품질부문의 최고책임자다.

그룹 전체로는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이 전문 경영인의 대부(代父) 격이다. 표정만 보고도 정 회장의 속내를 읽어내는 측근으로 꼽힌다.

대(對)정부 관계 등 대외업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유홍종 BNG스틸 회장은 정일선 사장의 ‘후견인’ 역할도 맡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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