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천사 10층석탑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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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용산동 새 국립중앙박물관(10월 28일 개관 예정) 중앙홀의 경천사 10층 석탑(국보 86호·고려 1348년) 조립 현장.

거대한 크레인이 300kg짜리 부재(部材)를 들어 올리자 중앙홀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탑의 3층 난간에 올라가 있던 석공 3명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석탑 해체·조립 경력 15년 안팎의 베테랑들이지만 부재가 혹시 철제 비계(공사를 위해 탑 옆에 설치한 가설물)에 부딪히지 않을까, 한순간도 눈길을 떼지 못했다.

크레인이 3층 난간 옆 비계에 부재를 조심스레 내려놓자 우선 부재의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은 다시 난간석 위로 부재를 옮긴 뒤 이미 올라와 있는 다른 부재에 맞춰 조심스레 조립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약간 옮겨 수평을 맞춰 봅시다.”

“아, 부딪히지 않게….”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하고 엄숙했다.

1시간가량의 작업 끝에 3층 몸체(탑신)를 구성하는 부재 8개의 조립이 끝났다. 이어 8개 부재의 가운데 쪽 빈 공간을 또 다른 부재(적심석·積心石)로 채워 넣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까지 몸체에 지붕돌(옥개석·屋蓋石)을 올려 3층 조립을 무사히 마쳤다.

석공 서명원 씨는 “아차 실수하면 귀중한 문화재에 큰 ‘죄’를 짓게 되는데 일단 무사히 끝났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3층 조립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서씨의 말. “제대로 수평이 맞았는지를 확인하려면 열흘은 기다려야 합니다. 약간이라도 수평이 어긋나면 다시 쌓아야 합니다. 2002년 시험 조립을 해봤는데 1mm만 맞지 않아도 조립이 되지 않더군요. 부재가 142개나 되고 높이도 13m인데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평과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유식 연구관이 말을 이었다.

“현대 기술로도 이렇게 어려운데 옛날 고려 사람들이 이처럼 정교한 탑을 쌓았다니 참 대단합니다.”

난간돌, 몸돌, 지붕돌을 쌓아 한 개 층을 조립하는 데 2∼3일, 수평 확인을 위해 기다리는 데 열흘 정도. 10년간의 보수 작업을 마치고 4월 시작된 경천사 석탑 조립 작업은 시종 긴장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러나 김 연구관은 “4층부터는 각 층의 몸체가 하나로 구성돼 있어 부재 조립이 훨씬 수월하다”며 “3층까지 올라갔으면 70%는 끝난 것이고 8월이면 10층까지 모두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탑(전체 무게 100t)을 올려놓은 철제 받침대(가로 세로 6×6m, 높이 65cm)도 흥미롭다. 이 받침대는 규모 8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받침대의 아래쪽은 레일과 바퀴로 중앙홀 바닥과 연결되어 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받침대가 레일 위를 움직이도록 해 충격을 흡수하도록 한 것이다.

경천사 석탑이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 잡기까지엔 100년 동안의 수난사가 숨어 있다. 이 탑은 원래 북한 개성시의 경천사에 있었다. 이를 일제가 1905, 1906년경 일본으로 밀반출해갔다. 1918년경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망가진 상태였고 경복궁에 방치됐다. 1960년 복원해 경복궁 경내에 전시했지만 풍화작용과 산성비 등으로 인해 훼손이 심각해졌고 199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해체 보수를 시작했다.

문화재연구소는 부재 142개 가운데 심하게 손상된 부재 64개를 새 대리석으로 교체하고, 다양한 보수 보존 처리 작업을 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한차례씩 시험 조립을 해보기도 했다. 조립 복원 완공식은 8월 15일경 열릴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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