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핵실험 강행 방관땐 美도 日-대만 핵무장 묵인”

  • 입력 2005년 5월 23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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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19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 상원 공화당 정책위원회 보고서의 핵심은 중국에 협력이냐, 대결이냐를 선택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일본과 대만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은 일본과 대만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세워 중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일본은 핵 물질의 이용은 물론 재처리까지 이른바 ‘핵 사이클’을 완비한 나라다.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 수천 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압박론은 ‘북한의 붕괴로 한반도에 친미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하라’는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그룹의 목소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북한의 핵실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더 이상 ‘선의의 중재역’을 기대할 수 없다는 공화당 내부의 강경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경우 우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해 중동과 동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거나 △‘민주국가 동맹’이 생겨나 대북 해상 봉쇄를 단행하는 일촉즉발의 긴장 고조상태가 조성될 수 있다는 양 극단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한미일 3국과 호주가 참여하는 민주국가 동맹은 중국에 선택의 결단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미중 간의 ‘빅 딜’ 차원에서 중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북 제재 강화라는 제3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즉,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를 원하고 중국은 일본과 대만의 비핵화를 원하는 만큼 미중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정책대안으로 중국이 사활을 걸고 반대해 온 일본과 한국 대만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용인까지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MD 참여 문제는 오히려 북핵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더구나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육상 봉쇄’에도 나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역시 중국이 ‘극약처방’이라고 생각하는 수단이다.

미국은 상원이 대외정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 내각제 국가와 달리 집권당의 정책 보고서가 곧바로 행정부의 정책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인권법 제정 사례에서 보듯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해 정책 실현에 나설 경우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미국 상원 공화당 정책위원회의 북한 핵실험 대비 보고서 요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3대 시나리오)
1핵 확산 도미노(6자회담 실패→북핵 묵인→중동과 동아시아의 핵 확산→이들 지역으로부터 미군과 미국 기업 철수)
2대북 민주동맹 형성(한국 미국 일본 호주의 대북 해상봉쇄 태세 돌입→동아시아 내 대북 민주동맹으로 발전→북한 설득하도록 중국을 압박)
3중국의 대북 봉쇄 동참(미중 간 대북 공동대응 모색→중국은 북핵 폐기 압박→그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일본 대만으로의 핵 도미노 차단)
★북한의 핵실험을 막으려면(6대 방안)
1미국은 중국에 ‘대북 봉쇄 동참이냐 아니냐’의 분명한 선택을 요구해야 한다
2미국과 동맹국은 ‘선(先) 북핵 폐기’라는 강경책을 고수해야 한다
3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해야 한다
4북한의 핵무기 수출이나 이전을 막는 작전에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시켜야 한다
5북한 같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국가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6갈등 관계인 한일 양국이 공동의 북핵 해법을 찾도록 미국이 중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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