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병풍(兵風)’, 즉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金大業) 씨 명의의 사과상자가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로 배달됐다가 곧 폐기 처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최근 병풍 의혹을 비롯해 기양건설 자금 10억 원 수수설, 이 전 총재의 20만 달러 수수설에 대한 특별검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한 택배회사 직원이 5kg짜리 사과상자를 한나라당 당직자에게 전달했다.
상자 위쪽에는 2장의 A4용지에 수신인으로 ‘한나라당 의원 김문수 김무성 전여옥 박근혜’라고, 아래쪽에는 ‘사과상자 속에 서신 재중(書信 在中)’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또 옆면에는 ‘사과 받기를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시니 사과를 드리오니 사과를 받으시오. 김대업 보냄’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 등 당직자들은 “사기꾼 김대업이 또다시 한나라당을 우롱하려는 것”이라며 수신을 거부했다. 그러나 택배 직원은 10분 후 당사 기자실로 돌아와 “보낸 사람이 기자실에 전하라고 한다”며 사과상자를 놓고 가버렸다. 일부 기자들은 “우리에게 보낸 것이니 뜯어보자”고 했으나 이 부대변인이 “김대업이 보낸 것인지 확인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 이번 일은 해프닝이다”며 막았고 사과상자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일부 인터넷 매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한나라당에 사과상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특검에서 한나라당의 잘못이 밝혀질 경우 박근혜 대표와 김무성 사무총장은 영원히 정치에서 떠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기를 바란다’, ‘병풍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을 실시하자는 한나라당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 상자 안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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