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남측도 ‘선물’을 얻어 냈다. 6월 중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고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릴 통일대축전에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원칙적 합의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온 점에 비추어 장관급 회담 재개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회담 초반부터 남측은 장관급 회담 개최일자 확정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의 평양(平壤)행 실현을 ‘현실적 목표’로 잡고 이에 협상력을 집중했다고 한다. 당초 ‘북핵 문제 해결과 이를 위한 6자회담 북한 복귀’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정부 측 공언은 공허해졌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 장관의 평양행을 실현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주된 목표였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실질적 진전보다 이벤트에 치우친 양상을 보여 왔다. 6·15통일대축전에 참석하려고 여야 정치인들이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 예다. 북측은 남측의 이런 정치적 행태를 꿰뚫어보고 있다. 북측이 지난해 11월 방북한 남측 인사들에게 “정 장관은 북한 땅을 한번도 못 밟는 통일부 장관이 될 수도 있다”고 흘린 것도 정치가인 정 장관의 조급증을 읽고 ‘길들이기’를 하려고 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정설이다.
그럴수록 ‘할 말은 하고, 받을 것은 받아 내는’ 원칙에 입각한 대북 접근을 해야만 제몫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정치적 의도가 앞선 이벤트성 접근은 결국 북측에 이용만 당한다는 점에서 금물(禁物)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