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프레드릭 몰리]품질 따지는 열정 놀라워요

  • 입력 2005년 5월 12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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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한국 사람들의 이미지는 ‘품질에 대한 열정’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고품질을 추구하는 집념이 있는데 이러한 열정은 사고방식과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최근 한국에서 출시한 제품들은 해외 시장에서 이미 검증됐거나 새로 개발돼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유럽 등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한국 시장에 시판하려고 준비하다가 소비자 테스트 단계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한국 시장은 물론 다른 아시아 시장에도 내놓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은 그만큼 까다로운 시장이다. 나 역시도 꽤 품질을 따지는 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인의 그런 집착이 마음에 든다.

한국은 요즘 ‘새로운 제품이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비즈니스맨이 “한국인이 사랑하는 제품이라면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나아가 소비자 반응은 제품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 시장이 ‘아시아의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새로운 제품에 호기심이 많아 다른 나라 소비자들보다 쉽게 신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제품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냉정하게 외면한다. 그렇게 되면 그 이상의 사업 기회는 없는 것이다.

2년여 동안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매사에 적극적이고 품질에 관한 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특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까다롭게 품질을 따지는 한국인들의 고집이 세계무대에서 한국산 제품 붐이 일어나도록 한 건 아닐까.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일류 제품을 생산해 낸 원동력도 바로 여기서 나온 듯하다. 외국에 나가 보면 반도체 전자제품 휴대전화 철강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산 최고급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은 나아가 자녀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가장 높은 교육열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모들의 기대감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는 측면은 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나와 내 가족에게 ‘긍정적인 고집’의 의미를 알려주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나의 세 아이 중 한국에서 태어난 막내아들도 한국인들이 그러하듯이 좋아하는 일에 적극적인 멋진 녀석으로 자라나기를 기대한다.

▼약력▼

196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질레트에 근무하는 동안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생활했고 이후 지금의 회사로 옮겼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그가 두 번째로 경험하는 아시아 국가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산낙지를 즐겨 먹는다.

프레드릭 몰리 옥시 레킷 벤키저사(社)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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