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北核위기때는…北 당시에도 폐연료봉 꺼내 위기 고조

  • 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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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폐연료봉 인출작업을 마쳤다고 11일 발표한 것은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를 이용해 두 번째 플루토늄 추출 주기(週期)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1994년의 1차 북핵 위기는 북한이 그해 5월 초부터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무단 인출하면서 본격적으로 고조됐다. 당시 북한은 한 달에 걸쳐 폐연료봉 인출작업을 완료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월 10일 긴급 소집된 특별이사회에서 중국의 기권 속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다. 북한은 즉각 IAEA 탈퇴라는 강수로 맞섰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영변 폭격을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으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핵동결 의사를 표명하고, 그해 10월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위기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에 따라 실제로 폐연료봉에 대한 봉인이 완료된 것은 1997년 10월이었다.

그 후 2002년 10월 미국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북한은 그해 12월 ‘핵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영변 핵시설의 봉인을 풀었다. ‘2차 북핵 위기’의 출발이었다. 북한은 2003년 2월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그해 10월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은 11년 전 북한이 감행했던 위기고조 방식과 동일하다. 정부 당국자는 “3월 말 또는 4월 초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했으니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인출작업을 벌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참여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이 냉각과 재처리의 절차를 거쳐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을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1994년처럼 IAEA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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