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편하게… 개성있게… 주방은 진화한다

  • 입력 2005년 5월 11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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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2000년대에는 친환경 소재와 원색 컬러가 등장하고 아일랜드(Island·섬), 페닌슐라(peninsula·반도) 등 개방형 부엌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부엌은 TV, 라디오, 전화기 등 홈 네트워크의 중심지가 됐다.
2005년
2000년대에는 친환경 소재와 원색 컬러가 등장하고 아일랜드(Island·섬), 페닌슐라(peninsula·반도) 등 개방형 부엌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부엌은 TV, 라디오, 전화기 등 홈 네트워크의 중심지가 됐다.
《“옛날 어머니들은 개수대에서 물이 새도 부엌가구를 바꾼다고는 생각도 못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다들 이사 갈 때마다 부엌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해요.”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사는 주부 양문영(32·여) 씨는 모델하우스를 가거나 드라마를 볼 때면 부엌을 가장 눈여겨본다. TV 하나를 사도 디자인 예쁜 것을 고르는데 하물며 부엌이야….

요즘은 손님이 오면 주로 부엌 식탁에서 대접을 하기 때문에 부엌만큼은 ‘신경’ 쓰고 싶다고.

양 씨는 “집이 좁아서 ‘아일랜드(island·섬)’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부엌이 바뀌고 있다. 소외된 공간이던 부엌이 가족의 중요한 생활공간이 되고 있다. 옛날의 부엌은 캐비닛 형태의 부엌가구 위에 개수대와 가스레인지가 올려져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엔 화려한 색깔에 다양한 레이아웃 부엌이 인기를 얻고 있다.》



○ 부엌에서 온 가족이 함께

1990년대 초반 MBC 인기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남자주인공 ‘대발’이가 부엌에 발만 들여도 어른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SBS 인기 드라마 ‘불량주부’를 보면 사뭇 다른 가족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모습이 크게 낯설지 않다. 이제 부엌은 아빠, 엄마, 자녀가 함께하는 생활공간이 됐다.

그래서 요즘 가장 ‘뜨는’ 부엌가구 형태가 바로 ‘아일랜드’형이다. 아일랜드는 가스레인지나 개수대 등 부엌가구 일부가 섬처럼 떨어져 나와 주부가 거실을 마주보면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방을 말한다. 부엌이 점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나타난 형태다.

기존의 기역(ㄱ)자나 일(ㅡ)자형 부엌은 주부가 거실에 등을 대고 요리하기 때문에 가족과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일랜드형은 주부가 거실을 바라보면서 요리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족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다. 일식집처럼 조리대 주변을 ‘바(bar)’ 형태로 꾸미면 아이들이 엄마 옆에서 숙제하기도 좋다.

아일랜드형은 대체로 40평 이상에 어울린다. 작은 평수에서 개방형 부엌을 꾸미고 싶다면 페닌슐라(peninsula·반도)형 부엌가구를 설치하면 된다. 페닌슐라형 부엌가구는 조리대가 한쪽 벽면에 붙은 것을 말한다.

기존 페닌슐라형 부엌가구는 식탁 대용으로 쓰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개수대와 가스레인지를 설치해 개방형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 부엌가구도 ‘과학’

‘난 허리가 아파서 설거지를 못 하겠는데….’

개수대와 조리대가 너무 낮다며 집안일을 기피하는 남편들은 이제 핑계거리가 없어질 듯하다. 남성도 집안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부엌가구 높이가 높아졌기 때문.

리바트의 부엌가구 브랜드 ‘리첸’은 개수대나 조리대의 높이를 기존 가구보다 5cm 높인 90cm ‘하이 리빙’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샘의 부엌가구도 기준 높이인 85cm에서 3cm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돼 있다.

사람에게 부엌가구를 맞춘 것은 높낮이뿐만이 아니다. 가스레인지 밑에 달려있어 허리를 굽혀야만 문을 열고 음식을 꺼낼 수 있던 오븐이 이제는 벽 붙박이장 중앙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식기세척기도 마찬가지다.

부엌가구에 설치된 빌트인(built-in) 가전도 다양하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보편적인 빌트인 가전은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오븐 정도. 그러나 요즘은 쌀통, 김치냉장고, 정수기, 음식물 처리기, 반찬냉장고, 에스프레소 기기, TV, 라디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부엌에 예술을 담는다.

최근 부엌가구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엌가구에 색깔 개념이 없어 나무 색깔과 하얀색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엔 집안의 인테리어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주방가구를 선택하는 추세다. 하얀색과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을 매치하거나 서랍장마다 색깔을 달리해 세련된 느낌을 줘도 된다.

부엌가구업체 ‘에넥스’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중심 색상으로 활용한 ‘오페라’ 시리즈를 올해 선보였다.

부엌가구의 지나친 화려함이 부담스럽다면 부엌 벽에 포인트를 줄 수도 있다. 요즘은 머리 위 선반장과 아래 선반장 사이의 벽에 벽지 대신 색깔 타일을 붙여 변화를 주기도 한다. 연두색이나 빨간색 타일과 하얀색 타일을 번갈아 붙이면 깔끔하다.

전에는 별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부분들이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스레인지 위에 달려 있는 후드 부분이 그것. 기존에는 그저 요리 중 생기는 연기만 잘 흡수하면 됐다. 그러나 요즘은 원하는 대로 디자인과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모서리가 둥근 모양, 네모난 모양 등 여러 가지 형태의 후드가 나와 있다.

부엌가구업체 한샘 홍보팀 김지영 대리는 “무난한 색깔의 부엌가구에 화려한 타일로 벽을 꾸미거나, 후드나 선반장 표면만 색깔을 달리해 포인트를 주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색 주방기구 이런 것도…▼

눈에 쏙 들어오는 부엌가구 못지않게 예쁘고 탐스러운 주방기구도 주방 일에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이런 기능을 가진 주방기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주방기구와 소품들이 나와 주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색 주방기구들을 소개한다.

○ 빌트인 에스프레소 머신

빌트인 커피메이커다. 버튼 하나로 갓 뽑은 커피를 종류별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마니아에게 인기가 높다. 외관으로도 첨단 느낌을 줘 부엌을 업그레이드시켜 준다. 독일 밀레 제품. 320만 원.

○ 알레시 안나 와인 오프너

이탈리아 주방 명품 브랜드 알레시의 수석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메디니의 작품으로 무용가인 아내의 춤추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머리 부분을 돌려 뾰족한 코일을 와인의 코르크에 박아 넣은 뒤 팔을 아래로 당겨 병을 딸 수 있게 했다. 가격은 8만7000원.


○ 알레시 레몬 스퀴저

레몬즙 짜개. 즉석에서 신선한 레몬주스를 만들어 먹고 싶으면 알레시의 레몬 스퀴저를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과일 건더기 없이 순수 레몬 원액 주스를 즐길 수 있다. 9만8000원.


○ 보조 선반

아일랜드형 부엌이 대중화되면서 나온 제품. 개수대와 조리대에서 음식을 만들어 선반에 올려두고 가족들이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다. 25만9000원.


○ 아일랜드형 의자(스툴)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말한다. 아일랜드형 부엌에서 식사할 때 앉는 의자다.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가벼워 옮기기 쉽다. 의자가 크면 부엌을 많이 가리지만 스툴은 작고 귀여워 아일랜드형 부엌에 어울린다. 최근 주부들이 많이 찾는 주방소품중 하나. 19만4000∼26만 원.


○ 빌트인 행주도마 살균기

행주 도마 칼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 싱크대 위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전용 공간을 마련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해 준다. 열풍으로 건조해 자외선 살균까지 해준다. 18만 원.


○ 음식물처리기

주방의 골칫거리인 음식물쓰레기를 말끔히 처리해 주는 제품. 최근 젖은 음식물 배출이 금지되면서 주방가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뜨거운 바람으로 수분을 70∼80%가량 감소시킨다. 일단 건조된 음식 쓰레기는 원래 양보다 5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다고. BIF 보루네오의 음식처리기 ‘루펜’은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발생하는 탈취시스템으로 냄새제거와 항균 기능도 갖추고 있다. 5월 중순부터 판매되며 가격은 52만 원 선.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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