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지하벙커가… 180평규모 화장실등 갖춰

  • 입력 2005년 5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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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지하에서 발견된 180평 규모의 지하 벙커. 여의대로 중앙 화단에서 벙커로 내려가는 계단(위)과 벙커 내부에 있는 두 개의 방 중 20평 규모인 작은 방의 모습(아래). 안철민
서울 여의도 지하에서 발견된 180평 규모의 지하 벙커. 여의대로 중앙 화단에서 벙커로 내려가는 계단(위)과 벙커 내부에 있는 두 개의 방 중 20평 규모인 작은 방의 모습(아래). 안철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 지하에서 180여 평 규모의 벙커(엄폐호)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 벙커를 만든 사람이나 시기,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옛 중소기업종합전시장 부지 앞에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만들기 위해 지난달 중순 조사를 벌이던 중 이곳 앞 여의대로 7, 8m 지하에서 벙커를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벙커로 이어지는 입구 3곳이 이 부근 중앙화단과 도로변 화단에 무릎 높이로 만들어져 있으나 나무판자 등으로 가려져 있어 그동안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최진호(崔鎭浩) 서울시 교통개선추진단장은 “입구를 처음 봤을 때 상하수도나 전화케이블을 매설하는 지하 공동구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입구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게 이상해 내부를 보려고 내시경을 집어넣었다가 넓은 공간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벙커 내부는 크게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넓은 방은 160평 정도의 규모로 한쪽 벽 앞에 연단 같은 것과 소파 한 개, 화장실 한 개가 갖춰져 있다. 이 방과 복도로 연결된 20평 규모의 작은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 소파 3개가 있다.

벙커 내부공간의 높이는 3m 정도로 벽은 타일로 장식돼 있다. 형광등 조명시설도 갖춰져 있으나 작동하지는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지하시설물 도면에는 이 벙커에 관한 기록이 없다”며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유사시 요인 대피용으로 만든 방공호로 추측할 뿐”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매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리던 국군의 날 행사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만들지 않았겠느냐는 것.

그러나 국방부는 “수도방위사령부에 이 벙커 관련 기록이 전혀 없다”며 “군 관리시설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시 음성직(陰盛稷) 교통정책보좌관은 “벙커의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벙커 안에 교통카드 판매소와 매점 등을 만들어 환승센터의 시민 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하 벙커 위에 6월 말까지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환승센터는 지하철과의 연계를 쉽게 하기 위해 기존의 버스정류장보다 더 지하철역에 가깝게 세우는 대형 버스정류장 형태로 지붕과 의자, 안내판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게 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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