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2차대전승전 기념메달, 왜 각국 정상중 김정일만 받았을까

  • 입력 2005년 5월 4일 19시 00분


코멘트
러시아가 각국 정상 중 유독 북한 김정일(金正日·사진) 국방위원장에게만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메달을 수여한 까닭은 무엇일까?

9일 모스크바에서는 53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초대형 규모의 2차대전 승전기념식이 열린다.

그런데 이들 정상 중 누구도 받지 않는 메달을 행사에 참석도 하지 않는 김 위원장이 3월 8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통해 따로 전달받은 사실이 러시아 외교가에 알려지면서 메달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각별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의 한 외교소식통은 4일 “이 메달은 러시아 정부가 정한 규정과 원칙에 따라 수여 대상이 정해졌으며 일단 외교적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달이 담고 있는 뜻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

이 메달은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제작됐다. 러시아와 당시 동맹국 국민 중 생존한 참전용사 및 그 후손이 수여 대상이다. 김 위원장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아버지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2차대전 참전용사’였기 때문.

당시 김 주석은 한인과 중국인으로 구성된 극동의 소련군 88특별여단의 제1교도영(대대)장이었다. 88여단은 일본군과의 전투를 준비했으나 일본이 갑자기 항복하는 바람에 정작 참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88여단 인사들은 광복 후 북한에 진주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다. 88여단 출신의 중국인 생존자 27명과 몇몇 북한 인사들도 이번에 김 위원장과 함께 메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로 만들어진 지름 32mm의 이 메달에는 승리라는 단어와 ‘1941∼1945’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다. 10만여 개가 제작됐으며 제작 단가는 20달러(약 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